감성 콘텐트의 힘! 쓰레기 뒹굴던 시장 골목이 관광명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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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폭 4m, 길이 350m의 김광석 길 콘크리트 벽에 환하게 웃는 김광석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사진 대구 중구]

폭 4m, 길이 350m의 김광석 길 콘크리트 벽에 환하게 웃는 김광석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사진 대구 중구]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대구시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옆 폭 4m, 길이 350m 골목. ‘김광석 길’로 불리는 이곳의 콘크리트 골목 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노래 ‘이등병의 편지’가 울려 퍼진다.

대구 ‘김광석 길’의 성공 비결 #가객 다섯 살까지 거주 사실에 착안 #동상·벽화 만들고 다양한 행사 개최 #유명세 타고 작년 100만 이상 다녀가

골목 벽에는 활짝 웃으며 기타를 치는 영원한 가객(歌客) 고 김광석(1964∼1996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골목 입구에 세워진 동상, ‘서른 즈음에’ 같은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추억을 자극한다.

김광석의 추억을 찾아 지난해에만 100만328명이 찾았을 정도로 이곳은 전국적인 명소다. 올해는 5월 말까지 50만8006명이 다녀갔다.

김광석 길은 2009년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나뒹굴던 시장 옆 골목이었다. 그러다 2010년 대구 중구청이 방천시장 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벽화 등을 그리면서 김광석 길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가 이 골목 인근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까지 살았다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2011년 3월 ‘김광석 길’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다. 2013년에는 동상이 세워지고, 김광석 노래부르기 대회, 추모행사 등도 열렸다. 벽화에 동상, 노래까지 흘러나오는 주택가 골목이 있다는 입소문이 났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젊은층에게 먼저 소문이 돌았다. 그해 4만3800명이 골목을 찾았다. 2014년 27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이 만들어졌다.

명소로 변한 김광석 길은 방천시장을 포함한 주변 대봉동 상권까지 되살렸다. 현재 김광석 길 주변엔 90여개의 식당·카페가 들어서 있다. 최근엔 유품 전시관인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까지 생겼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유명인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사업비를 들여 동상 하나 만들고 끝내는 일회성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한 게 김광석 길의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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