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 번 돈으로 투자보다 빚 갚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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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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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대 기업이 최근 3년간 영업활동으로 현금 유입이 늘었는데도 투자보다 빚 갚는 데 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고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이어지면서 경영 활동이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위 100대 기업(비금융 상장사, 2016년 매출액 기준)의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영업활동 현금유입 규모는 2014년 116조원에서 2015년 164조원, 2016년 171조원으로 계속 늘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2013년(1500조원)을 기점으로 2014년(1490조원)과 2015년(1470조원) 연속 하락하다가 지난해 1532조원을 기록하며 1500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투자활동 현금유출 규모는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대 기업은 2013년 투자에 약 146조원을 썼는데, 2014년에는 이보다 17%가량 감소한 121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이어 2015년엔 121조9000억원, 2016년 122조8000억원 등 3년 연속 120조원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차입금 상환 등 재무상황 개선에 활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00대 기업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14년까지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이 더 많았지만, 2015년부터 부채 상환으로 인해 유출액이 유입액보다 많아졌다.

기업들의 이 같은 경영활동 보수화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출 정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미국 금리 인상, 북핵 문제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자 기업들이 투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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