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빈 몸으로 떠난 주은래의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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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륙의 큰언니 등영초
저우언라이·덩잉차오
연구센터 외 지음
한수희 옮김, 도서출판선
624쪽, 2만5000원

한중(韓中) 수교를 한 달여 앞둔 1992년 7월 11일, 중국 북경에서 한 여성이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등소평(1904~97) 주석을 도와 두 나라 국교 수립에 밑거름을 놓은 등영초(鄧潁超)다. 주은래(1898~1976) 총리의 부인이자 여성해방운동가로서 중국공산화혁명 성공에 주춧돌이 된 그는 지금도 중국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인민의 공복(公僕)이었다.

등영초의 탄생 110주년을 기려 2014년 발간된 이 책은 317점 화보를 곁들인 일종의 화전(畵傳, 사진전기)으로 사진만 훑어봐도 등영초·주은래를 중심으로 20세기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와 여성사를 일별할 수 있다. 부부가 결혼할 때 맺었다는 8가지 서약, 자녀도 유산도 없이 빈 몸으로 떠난 임종 유언은 중국인에게 불후의 걸작이자 후대에 전하는 잠언으로 남았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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