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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 학생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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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류·윤혜주·이윤서

문재인정부가 대선 후보 시절 핵심 공약이었던 외국어고(국제고 포함)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공평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가 돼버렸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정책이 실행된다면, 특목고 위주의 고교서열화가 이전보다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학생부종합, 교과 비중보다 수능 중심으로 많이 회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불평등한 교육의 문제가 사라진다는 점은 장점이다.

이처럼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TONG청소년기자가 다니는 울산외고에서도 의견 차이를 보인다. 이 기회에 외고를 포함해 일반고 학생, 자사고 학생의 의견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또 그들이 생각하기에 특목고와 자사고의 특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먼저 폐지를 반대한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2015년 4월, 서울외고 학부모 400여명이 서울교육청 앞에서 서울외고 특목고 지정취소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외고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받고, 오는 28일 발표될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중앙포토]

2015년 4월, 서울외고 학부모 400여명이 서울교육청 앞에서 서울외고 특목고 지정취소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외고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받고, 오는 28일 발표될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중앙포토]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울산외고(*특목고) 정준영) "저는 폐지를 반대합니다. 제가 다니는 외고는 외국어 인재를 기르는 학교예요. 글로벌 시대에 필수인 외국어를 외고에서 미리 배우고 대학에서 각자의 전공을 배워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나갈 수 있죠."

(울산외고(*특목고) 박재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특목고를 설립한 목적 자체가 애초에 인문계와는 다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거꾸로 이것이 이유가 돼 폐지해야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또한 인문계 학생과 특목고 학생이 같이 수업을 듣는다면 저희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요? 서로의 학습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조화를 맞추려다 보면 당연히 평균 성적은 낮아지고 저희들의 학습욕 또한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울산 무거고(*일반고) 정하윤) "특목고는 이름 그대로 특수목적고등학교, 즉 목표가 뚜렷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기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찍이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굳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들을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울산 에너지마이스터고(*특목고) 장우석) "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현재 특목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근거 중에는 과도한 사교육과 입시에 유리한 특목고의 환경을 들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이 재학 중인 특목고를 폐지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특목고는 특정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그 쪽 분야로 특화시켜 성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니까요. 제가 다니는 마이스터고 같은 경우에는 일반고에 비해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과목에 할애하는 시간이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전공 과목시간이 그 시간을 대체해요. 이러한 부분은 저희 학교가 목표로 하는 영 마이스터 육성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마디로 특목고와 일반고의 설립 취지, 교육 목적이 다르다는 말이죠. 특목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과도한 사교육과 입시에 유리한 특목고의 환경 문제가 해결 될 것 같지도 않을 뿐더러, 만약 특목고를 폐지하게 된다면 특목고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상당히 줄어들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학생들은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더 학원을 다니려 하지 않을까요."

-특목고나 자사고가 인문계에 비해 가진 특권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울산외고(*특목고) 정준영) "앞서 말했 듯, 고등학생 때 영어와 제2전공어를 미리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해요. 고등학생 때 외국어를 습득해 장차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거죠."

(울산외고(*특목고) 박재현) "아마 환경 아닐까요? 학생들 사이에 형성된 분위기, 그리고 교사들이 형성해주는 환경이라고 봅니다. 학생이 공부하기 보다 편안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거죠. 이것이 대학 진학에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학생들은 경쟁 등의 이유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교사들은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들의 교수법이나 수업 내용을 몇 번이고 검토하죠. 이 두 가지 요인이 상호작용해 보다 나은 학습 환경이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울산 무거고(*인문계) 정하윤) "특목고나 자사고가 타 인문계보다 누리고 있는 특권 중 가장 큰 건 아무래도 학교의 이름값, 학교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특목고나 이름 있는 자사고의 2~3등급과 일반 인문계의 2~3등급은 숫자는 같아도 전혀 다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꼽자면, 내신시험의 난이도가 어려워 모의고사나 수능시험에 조금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정도 같아요."

(울산 에너지마이스터고(*특목고) 장우석)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잘하는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고에서는 저희가 원하는 분야를 전담하는 선생님이 없지만, 특목고에는 이러한 분야를 전공과목으로 만들고 전담해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목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 외에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목고마다 학교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게 그리고 특목고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분야에 도움되는 것을 일반고보다 많이 체험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쌓여 학생들에게 많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이런 부분이 저는 특목고가 가지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중앙포토]

[사진=중앙포토]

폐지를 찬성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취재원이 희망한 경우는 이름을 적지 않았다.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울산외고(*특목고) 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죠. 제가 특목고에 다녀보니 확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못했는데 고등학생 때 재기를 꿈꾸는 학생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학생들은 특목고 학생보다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요. 중학교 때 공부가 좀 부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기회가 적다는 건 억울한 것 같아요. 솔직히 외고 학생이 4등급이라면 운이 좋을 경우 서울의 웬만한 대학교를 갈 수 있지만 일반고는 지방 대학도 힘든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평등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울산 우신고(*일반고) 황룡) "폐지에 찬성합니다. 특목고는 입학 성적이 다른 일반계에 비해 상당히 높으며, 면접을 요구하는 경우 또한 있습니다. 입학이 쉽지 않은 만큼, 그에 이점도 있는데요. 바로 ‘대입에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대입에 있어 전형 요소는 ‘과정이 중요한 요소‘, ‘결과가 중요한 요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과정‘의 경우는 학생부 교과·비교과, 실기(특기)입니다. 학생부 교과·비교과의 경우 학생의 학교생활이 3년간 계속 기록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실기(특기)의 경우 학생의 적성에 맞게 수상, 어학 성적 등 고교 과정 동안 축적한 내용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죠. ‘결과’의 경우는 논술, 그리고 수능입니다. 모의고사나 수능 학력평가보다 대입의 최종 시험인 수능을 활용하고, 논술 역시 각 대학에서 실시한 논술 시험 결과만을 활용합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죠. 특목고는 대입을 준비하며 ‘과정과 결과 두 가지 모두 관리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줍니다. 당연히 대입에 유리하죠.

그러나 이런 점들은 어디까지나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들의 것입니다. 특목고는 앞서 말했듯 준비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운데, 높은 수준의 성적 관리는 물론이고 면접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성적은 좋지만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 모든 준비과정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고교 진학부터 이미 격차가 벌어지고 맙니다.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가 그동안 계속 야기됐던 학생들 간의 평등한 출발선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걸음 나아가는 방향이 되진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산동고(*일반고) 김민지) "찬성합니다. 물론 외고나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특목고·자사고와 일반고가 다른 시작점을 두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일반고든, 또는 특목고·자사고든 모두 시작점은 똑같아야 하고, 그 누구에게도 특별한 혜택이나 이득이 없어야 한다는 거죠. 현재 외고나 자사고를 보면 일반고에 비해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요. 공부 환경은 학생들 수준에 따라 비평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비교과 부분(소논문, 동아리 등등)에서는 외고나 자사고 학생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많습니다. 그리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학업성적이 좋아도 장학생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높은 비용 때문에 입학지원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특목고나 자사고가 인문계에 비해 가진 특권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울산외고(*특목고) 조○○) "대학 갈 때 메리트겠죠. 이처럼 특목고가 큰 메리트로 작용하기 때문에 폐지가 맞다고 생각해요."

(울산 우신고(*일반고) 황룡) "위에서 언급했듯 ‘과정과 결과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관리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죠."

(일산동고(*일반고) 김민지) "메리트는 좋은 공부환경과 학벌이죠. 또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지원해 준다는 점도 있죠. 학교 자체에서도 대학 입시에 관심이 많아서 설명회 같은 행사 등을 통해 학생들을 많이 지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특목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동등한 시작점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고,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은 특정 분야에 뛰어난 학생들에게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해 미래의 인재 육성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특목고, 자사고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우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박경류·윤혜주·이윤서(울산외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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