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편지로 국내 정세 파악했나..."朴 헐뜯은 기사 모아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20일 밤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20일 밤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 구치소에 있을 당시 최씨와 자필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정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 송환되는 과정에서 검찰은 정씨의 마필 관리사 이모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는데, 그 안에서 사진파일 형태로 저장된 편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씨가 '국정농단' 수사 활동을 벌였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동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기각 사유 등 국내 정세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JTBC 뉴스룸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정씨는 올해 초 덴마크 올보로 구치소에 구금돼 있을 당시 자필 편지를 통해 한국, 독일 등에 있는 최씨의 측근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

편지에서 정씨는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와 1차 영장이 기각된 사유를 알려달라"며 "코어스포츠와 관련된 것이면 더욱 좋다"고 썼다.

코어스포츠는 최씨 일가가 독일에 세운 차명 회사다. 최씨가 이 회사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최씨 혐의에 큰 연관이 있는 회사다. 삼성이 승마 지원 명목으로 78억원을 송금한 업체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첫 번째 영장 기각이 이와 관련한 것이라면, 자신의 혐의도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정씨는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는 사실이 별로 없기 때문에 퍼즐을 맞추고 있지만, 잘 연결되는 것이 없을 때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편지의 내용은 그동안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로로 일관한 정씨의 주장과 배치된다.

또, 정씨의 자필 편지에는 국내 정세를 파악하려 한 시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JTBC 뉴스룸 방송 화면 캡처]

[사진 JTBC 뉴스룸 방송 화면 캡처]

[사진 JTBC 뉴스룸 방송 화면 캡처]

[사진 JTBC 뉴스룸 방송 화면 캡처]

보도에 따르면 정씨는 편지에 "특검은 야당 추천으로 임명", "야당이 대통령을 미워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등 헐뜯은 기사를 모아달라"라고 썼다.

검찰은 정씨의 이같은 편지 내용을 두고 당시 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공세를 취한 자료를 현지에 제출해 자신의 국내 송환을 피하려 한 정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또 "편지는 라이터로 태우니 보안은 걱정 말라"는 등의 내용을 쓰기도 했다. 정씨의 지시사항 등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문장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씨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두 번 모두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정씨는 어머니 최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미승빌딩에서 지내고 있다. 검찰은 정씨의 자필 편지 내용이 최씨와 '입을 맞춘' 정황으로 보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