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홍준표, 막말에 발뺌 말고 떳떳하게 책임져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19일 "제가 어제 한 얘기는 중앙일보나 JTBC에 대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발뺌했다. 그는 하루 전인 18일 7·3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자리"라는 막말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중앙일보가 이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방침을 밝히자 홍 전 지사는 하루 만에 “왜 대한민국의 1등 언론이 사주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지탄을 받느냐. 오늘 마침 (특보직에서) 사퇴를 하려고 하던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엉뚱하게 말을 돌렸다.

홍 전 지사의 행태는 정치판에서 흔한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막말을 퍼부은 뒤 뒷감당이 안 되자 치사하게 빠져나가려는 술책이나 다름없다. 그는 "신문을 갖다 바쳤다"고 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중앙일보에 대한 모함이다. 홍 전 지사는 그동안 중앙일보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선후보를 편든 게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중앙일보는 대선 과정 내내 엄정 중립을 지켰으며 오히려 당시 문 후보로부터 직접 제소를 당한 언론사도 중앙일보였다.

우리는 어제 홍 전 지사에게 주어와 목적어부터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의 막말이 중앙일보, JTBC, 홍석현 전 회장을 겨냥했음은 초등학생 정도의 독해력만 갖춰도 다 안다. 그는 그런데도 "중앙일보나 JTBC에 대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우기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홍 전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비중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그는 한 달 보름여 전 대선에서 차점으로 낙선했다. 지금은 의석 107석을 거느린 제1야당 대표에 도전하는, 적어도 이 땅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비중 있는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주어와 목적어를 감추거나 비겁하게 발뺌하기보다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막말을 취소하고 사과하는 게 도리다. 그는 ‘웰빙 보수를 혁신하고 재건하겠다’고 외치기에 앞서 자신의 퇴행적인 막말 정치부터 바로잡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