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활동 중단하면 한·미 군사훈련 축소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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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호 01면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가 없으면 대화할 수 없다는 미국의 조건에 한국이 맞출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없으면 대화할 수 없다는 #미국의 조건에 맞출 필요 없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 특보는 이날 워싱턴DC에서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가 ‘한·미 신행정부 출범과 한·미 동맹’이란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와 이어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특보의 이날 발언은 지난 15일 6·15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때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의 대화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대화를 하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워싱턴 현지에선 문 특보의 이날 발언이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여 앞두고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역할 공간을 넓히고 한·미 양국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귀국한 데 대해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내놓기엔 여건이 좋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특보는 이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주한미군도, 우리 대통령도 한국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사계절에 걸쳐 어떤 환경 영향이 있는지 측정돼야 하고 심지어 신조차도 그 규정을 건너뛸 수 없다”며 사드 배치를 1년 이상 연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게 무슨 동맹이냐. 방어적 무기 체계 하나 가지고 동맹을 깰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이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을 놀라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도 의제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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