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사퇴, 오전 "사퇴 생각 없어"→오후 "저를 밟고 개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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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후 8시 40분쯤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전했다. 김성룡 기자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후 8시 40분쯤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전했다. 김성룡 기자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안 후보자는 16일 오후 8시 40분쯤 청와대를 통해 메시지를 내고 "저는 오늘 이 시간부로 법무부장관 청문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저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오전 11시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 없다"

전날인 15일 안 후보자가 과거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거짓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혼인신고 다음 해에는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자신의 저서에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등을 서술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왔다. '혼인 무효' 보도 이후 안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안 후보자는 '혼인 무효' 보도가 나온 날 오후 11시 58분쯤 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고, 다음 날인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알렸다. 자진해서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을 해명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이다.

실제로 안 후보자는 16일 오전 11시 오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을 해명했다.

지난 2015년 편지 한 장으로 아들의 고등학교 퇴학 처분을 물렀다는 보도와 관련해서 그는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20대 때 위조한 도장으로 몰래 혼인 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일과 관련해서는 "저는 당시 저 만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일은 전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다. 저는 즉시 잘못을 깨닫고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저서에 쓰인 부적절한 표현 등에 대해서 그는 "책과 글의 전체 맥락을 유념하여 읽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어떤 글에서도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남성의 본질과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같은 남성의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길 바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물어보는 말에 안 후보자는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까지만 해도 청문회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안 후보자는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그러나 사퇴할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며 "이혼한 것이 국정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결정적인 장애가 될 정도의 도덕적인 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후 7시 45분 靑 "예의 주시"

청와대도 안 후보자에 대한 논란에 답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자에 대한 여러 비판과 관련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여러가지 여론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명 철회' 등 대안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청문과정에서 결정적 하자가 나오면 지명을 철회할 수 있다'는 언급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한편, 안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오후 8시 40분 "저를 밟고 개혁의 길에..."

그러나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나오고 한 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후 8시 40분쯤 안 후보자는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사퇴할 생각이 없다'던 입장이 10시간여 만에 번복된 것이다.

안 후보자는 청와대를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저는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는 꼭 이루어져야한다"며 "저를 밟고 검찰개혁의 길에 나아가십시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새로 태어난 민주정부의 밖에서 저 또한 남은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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