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에 열린 바나나 나무 주인 김덕규 "비결을 물으신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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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맺힌게 신기해 지인들에게 사진 찍어 보낸 게 이렇게 큰 관심을 받다니. 얼떨떨합니다.”

대구 최초 열매 맺은 바나나 나무 주인 김덕규(44) '큰집삼계탕' 사장이 바나나 나무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대구 최초 열매 맺은 바나나 나무 주인 김덕규(44) '큰집삼계탕' 사장이 바나나 나무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대구에서 바나나 열매가 열렸다는 것을 처음 알린 나무 주인 김덕규(44)씨는 "갑작스러운 큰 관심에 하루하루 놀랍지만 한편으론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대집트(대구+이집트)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더운 날씨가 유명하다.

최근 아열대 기후에서만 자란다는 바나나가 대구에서 열매를 맺으면서 나무 주인 김씨도 인기인이 됐다. 14일에는 광주에서도 바나나가 열렸다는 소식에 '1호 바나나' 주인 김씨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바나나가 열린 곳은 대구 동구 효목동의 ‘큰집삼계탕’ 식당이다. 관상용으로 심은 나무지만, 현재 성인 새끼손가락 두마디 정도되는 바나나 열매가 6송이 열렸다. 열매 수는 100개 정도다. 1.5m 높이의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모습이 손님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8년 전 경북 영천 자택에 있던 나무를 식당으로 옮겨왔다. 열매가 쉽게 열린 건 아니었다. 4년전에 나무가 추위에 한번 얼어죽은 것이다.

김씨는 다시 바나나 나무 한그루를 옮겨와 심었다. 지난해 꽃이 피면서 김씨의 기대가 커졌지만 추위 때문에 꽃이 시들어 떨어지면서 열매 맺기에 실패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 끝에 바나나 열매가 열렸다.

김씨는 바나나 열매를 행운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삼계탕은 더울 때 많이 잡수시러 오잖아요. 더위의 상징물인 바나나가 열렸다는 건 올 여름 장사가 대박 난다는 신호 아니겠어요? 하하."

대구 바나나는 식물학계에서도 관심사가 됐다. 김씨는 어떤 방식으로 바나나 열매를 맺게 했을까.

그는 "비료를 따로 준 적도 없고, 솔직히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건지도 잘 몰랐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 오는 날이나 기온이 쌀쌀한 때 이불 덮어주듯이 비닐로 감싸 줬죠. 바나나 나무가 이런 주인의 정성에 보답하려고 열매를 보여준 거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전 소식을 듣고 바나나 재배를 해봤다는 전문가가 찾아오기도 했었다”며 “열매가 완전히 자라려면 100일 정도 더 있어야하고 먹으려면 상자에 담아 따로 숙성도 거쳐야한다고 설명해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왕 열매를 맺었으니 끝까지 잘 키워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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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 대구일보 기자 kim.woo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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