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마지막 전화 “사랑한다고 전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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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들은 이 건물에 약 120가구, 400~600명이 거주한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주민 수도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 희생자 숫자와 신원 확인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직접 SNS 등을 활용해 애타게 가족과 친구를 찾고 있다. 화재가 진압 중이던 건물 인근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잠옷 차림에 맨발로 달려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화재 피해자들을 위한 구호 물품. [AP=연합뉴스]

화재 피해자들을 위한 구호 물품. [AP=연합뉴스]

간신히 살아남은 주민들은 함께 탈출하지 못한 이들을 찾고 있다. 시리아 난민 출신인 마무드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형제인 모하메드·오마르와 함께 이 아파트 14층에 살았다. 오마르는 탈출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모하메드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함께 건물을 빠져나오다 서로를 놓쳤다”며 “탈출 직전인 새벽 3시 30분에 모하메드와 마지막으로 통화했는데 ‘제발 도와달라.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탈출한 주민들 애타게 가족 찾아 #SNS에서도 실종자 찾기 이어져 #셰프 제이미 올리버 무료 음식 제공 #시민들 담요·식수 등 전달 줄이어

시가 마련한 실종자 센터에도 가족을 찾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프란시스 딘은 2살짜리 아들과 함께 있던 누나를 찾고 있다. 그는 "1시가 좀 넘었을 때 누나가 불이 났다고 전화했다”며 "불이 너무 빨리 번져 출구로 나오지 못하고 불길을 피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4시쯤 통화할 땐 연기가 가득한 곳에 갇혀 있다고 했는데, 이후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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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임대 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까맣게 타버린 건물 외벽이 화재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임대 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까맣게 타버린 건물 외벽이 화재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날이 밝자 14일 자 영국 일간지에도 실종자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불길에 휩싸인 건물 사진을 1면 전면에 게재한 이브닝스탠더드에는 12세 소녀 제시카 우르바노를 찾는 기사가 실렸다. 홀로 탈출하던 우르바노는 1시 39분쯤 엄마에게 부재중 전화를 남긴 채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SNS에도 #GrenfellTower, #londonfir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실종자의 사진과 거주했던 층과 호수를 적은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화재 현장을 탈출한 주민들은 세인트 클레멘트 교회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모든 것을 잃고 잠옷 차림으로 간신히 빠져나온 이들에게 시민들은 담요와 옷가지, 음식과 식수 등 구호 물자를 전달했다.

유명인들도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영국의 스타 셰프인 제이미 올리버는 화재 현장에서 2.5㎞ 떨어진 곳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무료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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