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책, '여성비하' 논란에 반론 낸 교수..."악마적 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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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그가 쓴 책 '남자란 무엇인가' 표지. 김상선 기자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그가 쓴 책 '남자란 무엇인가' 표지. 김상선 기자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과거 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남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그가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등 문장을 쓴 것이 확인돼 '왜곡된 여성관'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한 것이다.

이에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인 13일과 오늘 두 차례에 걸쳐 안 후보자 저서 논란에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최초 보도를 '악마적 발췌편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경환 교수님이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돼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공격 거리가 던져질 터인데, 첫 공격이 뜻밖에도 안 교수의 왜곡된 여성관(?)이란 게 놀랍다"며 "선생의 책 중에서 일부를 악의적으로 발췌해 '책 내용이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교묘히 흠집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문제가 된 안 후보자의 책 내용을 페이스북에 그대로 옮기며 반론을 제기했다.

"문제 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 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 다만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 이는 사내의 치명적 약점이다."(276쪽)

한 교수는 "문제 현상을, 탈선한 남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입장에서, 짧지만 여러 각도로 묘사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남자라는 인간의 '치명적 약점'을 꼬집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한 것으로 왜곡 평가하여, 마치 탈선을 아내책임으로 몰아간 듯이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몸이 재화로 거래된 역사는 길다. 노예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120쪽)

해당 문장과 관련해서도 안 교수는 "인간 몸을 재화로 삼는 노예제도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쓴 앞문장은 기자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성도 상품이다. 성노동이 상품으로 시장에 투입되면 언제나 사는 쪽이 주도하게 되고, 착취가 일어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때 성매매는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악의 제도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남성지배체제라고나 할까?"(113쪽).

한 교수는 "분명히 성매매는 차별, 착취의 악의 제도라 쓰고, 남성지배체제의 끈질진 폐단으로 쓰고 있다"며 "그런데 기자는 안경환 교수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은근슬쩍 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가히 악마적 발췌편집"이라며 "발췌편집을 하여 본뜻을 왜곡하고, 인사청문회의 먹이감으로 삼는 짓거리에 대해서는 질타를 먹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한 교수는 14일 재차 긴 글을 통해 안 후보자의 '적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성 교수 채용, 앞선 인권·젠더 의식, 미혼모 학업 문제 해결, 인권헌장 선포 등 성·인권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어제 언론에서 일제히 공격한 건 주로 '남자란 무엇인가' 하는 책이었다. 부분 부분 발췌하면, 뭐 이런 사람이 있냐는 생각도 든다. 그 책은, 노장년 꼴통남성들을 잠재적 독자로 여기고, 소위 남성이란 인간 속에 들어있는 수컷다움을 비교, 풍자, 각성시키고자 함이다"라며 "노장년남성들이 제대로 이해못하는 점, 즉 여성의 생각과 대비시킴으로써 여성이해에도 기여한다. 그들에게, 변해야 한다는 각성을 심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 교수는 "그 과정에서 남성-수컷의 속 생각을 적어놓았는데, 그 부분만 뽑아 인용하면 완전마초같이 보입니다만, 전후 맥락을 보면 그 반대다"라며 "이 책이 나왔을때, 여러 언론에서 서평을 실었는데, 어제같은 관점의 비난은 없었다. 그런데 장관후보자가 되어 일제히 비방조로 인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 한인섭 교수 페이스북]

[사진 한인섭 교수 페이스북]

[사진 한인섭 교수 페이스북]

[사진 한인섭 교수 페이스북]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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