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후원회 11년만에 부활한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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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폐지됐던 중앙당 후원회가 11년만에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당이 자체 후원회를 만들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다. 노회찬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며 “정당이 국민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으로도 국민의 동의와 지지에 의존해야 한다”며 “정당이 후원자들에게서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창당 준비위원회를 포함한 중앙당이 후원회를 통해 연간 50억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했다.
노 의원은 당초 중앙당은 60억원, 시ㆍ도당 6억원까지 후원금 모금이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안행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며 중앙당만 50억원을 모금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심사 과정에서 "정당이 직접 모금하는 후원액이 커지면 정경유착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위는 당초 일인당 1000만원으로 노 의원 등이 제안했던 후원 한도액도 500만원으로 낮췄다.

과거에 있었던 중앙당 후원회는 2006년 3월 일명 ‘오세훈 법’으로 폐지됐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대기업들에게 ‘차떼기’ 방식으로 800억여원의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당 후원금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게 계기가 됐다.
 논란 끝에 기업 등 법인의 정치 후원금 기탁 금지, 정당의 중앙당 후원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오세훈 법'이 만들어 졌다. 정당은 후원회를 운영할 수 없고 국회의원만 후원회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으며, 정당은 중앙선관위를 통해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검은돈 유입을 막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인위적으로 돈줄을 죈 셈이다.

하지만 불똥은 소수정당으로 튀었다.
중앙당 후원회 폐지 전인 2005년 당시 민주노동당은 중앙당 후원회를 통해 진성당원들에게서 55억원을 모았다.
거대정당이던 당시 열린우리당의 6억6000만원, 한나라당의 2억7000만원보다 많았다. 당연히 중앙당 후원회 폐지의 직격탄을 맞았고, 자금줄이 말랐다. 선관위가 세금과 기탁금 등을 정당에게 배분하는 현재 국고보조금의 경우 보조금의 규모가 의석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소수정당엔 불리하다. 이에 진보정당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2015년 "정당 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오세훈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정치자금법의 해당 조항을 2017년 6월30일까지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중앙당 후원회가 부활하면 소수당의 자금 사정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들에게 후원금을 강요하는 풍토가 살아날 수 있고, 기부후원금을 빌미로 한 입법로비와 눈치 기부등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대통령도 특수활동비를 줄이고 정치자금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차떼기 때 처럼 기업들이 줄 서서 정당에 후원하고, 정당은 후원을 강요하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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