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하세요"…'음주감지기' 거부한 운전자, 법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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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음주운전 단속 때 사용하는 ‘음주감지기’ 검사를 거부한 운전자를 ‘음주측정 거부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측정기 아닌 감지기 거부도 '음주측정 거부죄' 해당"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및 무면허 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면허 운전 행위에 대해서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이 신형 음주감지기를 시험측정해 보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이 신형 음주감지기를 시험측정해 보고 있다. [중앙포토]

김씨는 2014년 9월 17일 밤 11시 10분쯤 대구시 달서구에서 약 250m 가량 승용차를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당시 무면허 상태였고 음주운전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찰의 3차례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다. 경찰은 그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현행범으로 체포해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하면서 알코올 수치가 표시되는 ‘음주측정기’가 아니라 알코올 성분을 감지하는 ‘음주감지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법적인 ‘음주측정’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음주측정 거부죄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경찰이 김씨를 음주측정 거부 현행범으로 체포할 당시 호흡측정기가 아닌 음주감지기만으로 측정을 요구한 것이어서 음주측정거부죄에서 말하는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 요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법원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유지해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도 음주측정의 사전 절차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의 경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부족해 음주측정 거부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유지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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