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량 미달 유기농 퇴비 팔아 156억원 챙긴 업자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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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경찰서 전경

괴산경찰서 전경

주요 영양소가 빠진 퇴비를 친환경 유기농 퇴비라고 속여 농민들에게 판 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과일 당도 높이는 골분·혈분 뺀 퇴비 11년간 전국에 유통 #경찰 "과일 수확 좋지 않고 당도 낮다" 농민 신고에 수사

충북 괴산경찰서는 함량 미달의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사기 및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퇴비업체 대표 A씨(58)를 구속하고 이를 도운 농협 전 조합장·상무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 등은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성분 함량을 속인 유기농 퇴비 4만6600t을 판매해 156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대표로 있는 퇴비 제조업체는 2000년 5월 쌀겨·톱밥·피마자박·골분·혈분·유산균 등이 들어간 퇴비를 만들어 농촌진흥청에 친환경 유기농 퇴비 인증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퇴비를 팔아 수익이 남지 않자 돼지 뼈 등을 갈아 만든 골분과 동물 피를 말린 혈분 등 2가지 재료를 넣지 않았다.

경찰관계자는 “골분과 철분이 들어가지 않은 퇴비를 뿌린 뒤 과일 수확이 좋지 않고 당도가 낮다는 농민들의 신고가 들어와 수사를 시작했다”며 “업체 대표 A씨 외에 퇴비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데 가담한 일당을 입건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 등이 만든 퇴비는 전국 농가와 농협에 판매됐다. 경찰은 이 업체의 장부를 분석해 A씨의 업체가 유기농 퇴비에 들어가야 할 골분과 혈분을 매입한 기록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골분과 혈분을 넣지 않았지만, 더 좋은 미생물을 퇴비에 넣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농협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 60여 명을 사회적기업 근로자로 채용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국가보조금 6억5000여 만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부당하게 받은 보조금을 회사운영 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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