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이 발탁한 신예, 대거 의회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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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REM, 전진하는 공화국)이 총선 1차 투표 출구 조사 결과 32.2%를 득표해 압승이 예측되고 있다. 앙마르슈가 전체 577석 중 390~430석에 달하는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여 마크롱이 공천했던 정치 신인들도 대거 의회에 입문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당의 유력 정치인들도 마크롱이 공천한 신예들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천재 수학자, 전직 여성 투우사 등 #기성 정치인 누르며 결선진출 선전

마크롱이 선택한 총선 후보 중엔 천재 수학자, 전직 여성 투우사 등이 포함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마크롱은 "반은 정치인, 반은 뉴 페이스"로 공천하겠다고 말했다. 르 몽드가 후보 524명을 분석한 결과, 178명(34%)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에 출마했으나 떨어진 사람, 정치인의 가족 등을 포함하면 마크롱이 공언한 대로 절반에 달한다.

정치에 도전한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 [사진=세드릭 빌라니 홈페이지]

정치에 도전한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 [사진=세드릭 빌라니 홈페이지]

파리 근교 지역구에 앙마르슈 소속으로 출마한 천재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43)는 1차 투표 결과 약 47.46%를 득표해 경쟁후보를 30%포인트 이상 앞지르면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는 2010년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마크롱의 대선 캠프에서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면서 러시아 해킹 사실을 밝혀내 일약 스타가 된 마크롱 정부 초대 장관 마니르 마흐주비(33)도 파리 16선거구에 출마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38.08%를 얻어 경쟁자를 18%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결선에 진출했다. 그는 마크롱이 내놓은 최연소 후보다.

캐롤라인 장비에르 앙마르슈 후보. [사진=캐롤라인 장비에르 트위터]

캐롤라인 장비에르 앙마르슈 후보. [사진=캐롤라인 장비에르 트위터]

프랑스 중부 루레아주에 출마한 카롤린 장비예(35) 후보는 그야말로 '무명'이다. 그는 오를레앙 시장을 지낸 공화당의 중진인 3선 의원 세르지 그루아르를 35.4%대 27.8%로 누르고 결선투표에 1위로 진출했다. 과학대학을 나온 장비예는 노숙자, 장애인, 취약 아동을 위해 일해왔다고 한다. 농업 어드바이저인 그의 남편은 세 아이를 돌보고 있다. 장비예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기성 정치인 보다는 나처럼 여성이자 가족의 엄마로서 그들과 같은 삶을 살며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투우사 출신인 마리 사라 앙마르슈 후보와 마크롱 대통령. [사진=마리 사라 페이스북]

전직 투우사 출신인 마리 사라 앙마르슈 후보와 마크롱 대통령. [사진=마리 사라 페이스북]

프랑스 남부 가르에서 출마한 여성 후보 마리 사라(43)는 전직 투우사로 유럽에서 유일한 여성 ‘르조네아도르(rejoneador)’다. 르조네아도르는 말을 탄 채 현란하게 칼을 다뤄 투우를 제압하는 투우사를 일컫는다. 그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질베르 콜라르 의원과 맞붙어 1차 투표 결과 32.27%대 32.14% 박빙의 표차로 2위를 차지해 결선투표에 진출한다. 콜라르는 극우정당 FN의 하원 의석 2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유력 정치인이다.

프랑스 총선은 대선과 마찬가지로 두 차례 걸쳐 치러진다. 11일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하고, 해당 지역구 투표율이 25%를 넘으면 결선없이 하원의원에 당선된다. 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5% 득표율을 넘는 후보들끼리 18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투표율이 25%를 넘지 못하면 1차 투표 과반 득표자가 있더라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프랑스 총선에 앙마르슈 최연소 후보로 출마한 마니르 마흐주비(33). [사진=마니르 마흐주비 페이스북]

프랑스 총선에 앙마르슈 최연소 후보로 출마한마니르 마흐주비(33). [사진=마니르 마흐주비 페이스북]

앙마르슈는 지난 1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총선에 출마할 후보를 모집해 왔다. 총 1만 9000명이 지원했다. 리샤르 페랑그 앙마르슈 사무총장은 “개혁, 젠더 평등, 정직, 정치적 다원주의, 마크롱의 실용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신예를 대거 등용한 마크롱이 "새 대통령에게 기회를 달라"는 메시지로 유권자를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면서 18일 결선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이끈다면 수십년간 꿈쩍하지 않았던 프랑스의 정치 지형도를 다시 그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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