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곳곳에 쪽지 숨겨놓은 여섯 살 소녀의 뭉클한 사연

중앙일보

입력

죽기 전에 부모를 위해 수백장의 쪽지를 숨겨둔 여섯 살 소녀의 사연이 화제다.

영국 메트로는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출신의 엘레나 데저리크의 뭉클한 사연을 소개했다.

뇌종양을 앓던 엘레나는 여섯 살이던 2006년에 고작 9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퍼하면서도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고민하던 데저리크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그것은 바로 가족을 향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었다. 그는 가능한 많은 쪽지와 편지를 써서 책이나 장식장, 서랍, 가방 등에 이를 감춰놓았다.

사망 선고를 받은 지 1년 뒤인 9월, 데저리크는 자신의 침대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당시 가족들은 데저리크가 쪽지를 남겼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엘레나 [사진 메트로]

엘레나 [사진 메트로]

그 후 데저리크의 서랍, 상자,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을 열어봤고 그가 남긴 흔적들을 하나씩 발견했다. 숨겨진 쪽지를 모두 찾는데 거의 2년의 세월이 걸렸다.

데저리크가 자신의 집뿐만 아니라 할머니 집에도 쪽지를 숨겨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가족들은 데저리크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남겨진 쪽지' 일부. [사진 알라딘]

'남겨진 쪽지' 일부. [사진 알라딘]

쪽지에는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사랑해요, 엄마 아빠 그리고 그레이스. 아파서 미안해’라는 가슴 아픈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부부는 “아직도 딸아이가 남긴 메시지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집 안 여기저기 딸이 남긴 쪽지의 일부를 액자에 넣어 간직하고 있으며, 항상 하나씩 가지고 다닌다”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았다.

또한 “데저리크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현명했다. 자신의 방식으로 더 어린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려했고,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어른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며 사려 깊은 딸의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다.

데저리크의 일상이 담긴 홈페이지. [사진 메트로]

데저리크의 일상이 담긴 홈페이지. [사진 메트로]

'남겨진 쪽지'는 국내에서도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남겨진 쪽지'는 국내에서도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한편 데저리크의 부모는 데저리크의 투병과 일상이 담긴 가족 일기를 올렸다. 일기와 데저리크의 쪽지를 엮은 책은 2009년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부부는 인세 전액을 소아암 환자를 위한 기금으로 쓰기로 했다. 엘레나의 고향 신시내티에 소아뇌종양을 위한 암 연구재단도 설립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