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체들 호텔업 진출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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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를 찾았다. 두바이에 한창 건설 중인 세계 최고층 타워 '부르지 두바이' 건설현장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2008년 완공될 부르지 두바이에는 '아르마니' 브랜드를 단 특급호텔이 입주하게 된다. 아르마니는 중동 최대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에마르와 손잡고 앞으로 10년 동안 아르마니 브랜드로 적어도 10개의 초특급호텔과 4개의 리조트를 세계 주요 도시에 열게 된다. 투자규모는 10억 달러를 넘는다.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마니 같은 내로라 하는 고급 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호텔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두바이의 특급호텔 건설 경쟁에 뛰어든 브랜드는 아르마니뿐이 아니다. 지안니 베르사체도 뛰어들었다. 2000년 호주 골드코스트의 '팔라초 베르사체(베르사체의 궁전)'가 성공을 거두자 두바이에 또 다른 특급호텔을 지어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7억 달러를 들여 짓는 이 호텔은 스위트룸 215개와 단독빌라 204개로 이뤄졌으며 아르마니 호텔과 같은 해인 2008년 문을 열 예정이다.

200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사 브랜드로 호텔문을 연 불가리는 올 봄 인도네시아 발리에 같은 브랜드의 최고급 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있다. 불가리 역시 세계 주요 도시에 앞으로 최소한 6개의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미소니도 30개 호텔 체인을 세계 각국에 짓겠다고 나서는 등 어지간히 이름있는 브랜드 상당수가 호텔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호텔산업 진출이 러시를 이룬 이유는 여행 시장이 최근 호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텔을 이들 브랜드가 내놓는 최고급 생활용품을 경험하는 전시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아르마니의 생활용품 라인인 '아르마니 카사' 부문의 파브리스 구프랑 사장은 "호텔을 열면 우리 브랜드의 성장률이 2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마케팅 분야의 시너지 효과다. 특급호텔을 이용할 만한 부유층 소비자들에게 더욱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이다. 호텔은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브랜드 업체들이 본업인 패션산업에서 벗어나 익숙지 않은 분야인 호텔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의 브랜드 펀드 전문가 실라 황 선은 "호텔업 진출이 브랜드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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