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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떨고 있나... 미 정치권 '수퍼보울' 코미 증언 코 앞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미 증언이라는 빅 이벤트로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코미 증언이라는 빅 이벤트로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8일(이하 현지시간) 출석한다. CNN과 ABC·CBS·NBC 등 미국 주요 방송이 이례적으로 일제히 생중계에 나서는 미국 정치의 '수퍼보울'(미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급 이벤트로 주목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는 소위 '코미 메모'의 진위 여부가 당사자의 입으로 확인되는 자리라서다. 만약 코미가 트럼프의 수사 중단 외압을 폭로할 경우 트럼프의 탄핵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치솟는 등 미 정치권은 요동치게 된다. 빅 이벤트를 앞두고 폭로성 보도도 이어졌다.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개입 관련 증언 #지상파와 CNN 등 주요 방송사 이례적 생중계 #빅 이벤트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 추가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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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대니얼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6일 보도했다. 지난 3월 22일 여러 정부 관료들과 회의를 마친 뒤 트럼프가 코츠 국장과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만 남겨놓고 코미의 수사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더니 이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트럼프가 전방위적으로 수사 개입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 문제가 더욱 커진다. DNI의 대변인은 "코츠 국장은 대통령은 물론 정부의 누구로부터도 정보 관련 문제나 진행중인 수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압력을 느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코츠 국장은 코미의 증언 하루 전인 7일 먼저 청문회 증언에 나선다.

코미에 앞서 청문회 증언에 나서는 댄 코츠 DNI 국장 [AP 연합뉴스]

코미에 앞서 청문회 증언에 나서는 댄 코츠 DNI 국장 [AP 연합뉴스]

상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버지니아)도 트럼프 흔들기에 합류했다. 그는 6일 USA 투데이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관련해 지금까지 공개된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워너 의원은 "실제 투표 결과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공격의 범위가 지금까지 보고된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며, 러시아의 이 같은 행위는 선거 당일에도 중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너 의원이 언급한 '공격'은 5일 온라인 매체 인터셉트가 폭로한 국가안보국(NSA) 기밀 문서의 내용을 가리킨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 투표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 중 최소 한곳을 사이버 공격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 선거 관계자 100여 명에게 피싱 공격용 이메일을 보냈다. FBI는 이 문서를 유출한 정보기관 용역업체 직원 리얼리티 위너(25)를 보도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3일 체포해 기소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에게 전격 해임된 후 미국 정계 소용돌이의 중심 인물이 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AP 연합뉴스] 

트럼프에게 전격 해임된 후 미국 정계 소용돌이의 중심 인물이 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A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도 추가 폭로 대열에 합류했다. 코미가 트럼프에게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을 요구받은 다음 날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만나 다시는 트럼프와 독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6일 보도했다. 코미는 법무장관이 FBI를 백악관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어서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ABC뉴스는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지난 몇달간 트럼프와 갈등을 빚으면서 한때 사의를 표명했다고 6일 보도했다. 세션스가 지난 3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 뒤 트럼프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세션스가 지휘권을 놓은 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전격 도입했다.

한편 ABC뉴스는 코미가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수사 방해에 대해서는 말을 아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미의 측근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법 정의를 방해했다고 비난할 생각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무엇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왜 메모를 남기게 됐는지, 자신의 우려를 공유하기 위해 출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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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6일 백악관에서 여·야 상하원 지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행운을 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 전날 트위터에서는 "여러분께 미안하지만, 만약 내가 CNN, NBC, ABC, CBS,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의 페이크 뉴스에 의존했다면, 내가 백악관을 딸 확률은 제로였을 것"이라면서 청문회 생중계에 뛰어든 지상파 방송과 주류 매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트럼프가 코미의 증언을 지켜볼 예정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목요일 일정이 꽉 차 있다"고 답했다. WP는 트럼프의 변호사와 주변 사람들이 트럼프는 물론 언론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공식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놨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코미의 증언에 최대한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트럼프가 청문회를 TV로 보면서 트위터로 신랄한 논평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WP는 내다봤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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