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뻔하지 않아 매력적인 이세돌의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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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4강전 3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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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보(39~53)=39가 놓이자마자 대국 검토실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는 잘 떠오르지 않는 묘한 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세돌 9단 바둑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수순이 자주 나온다. 바둑이 뻔하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아마추어 가운데 이 9단 바둑을 좋아하는 팬들이 유독 많다.

참고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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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프로기사들이 떠올린 흑의 일감(一感)은 A 자리였다. 그런데 39가 일리가 있는 게, 중앙을 막으면서 동시에 백의 허점(43 자리)을 추궁하고 있다. 백이 제대로 방어하지 않으면, '참고도1' 흑2, 4로 우변 백 한 점이 끊어져 나간다. 거침없이 착수하던 커제 9단이 이 장면에서 처음 장고에 들어갔다.

한참 골몰하던 커제 9단이 40으로 붙인 다음 42로 늘었다. 이로써 우변 백 한 점이 차단당하는 건 방비했다. 덩달아 우상귀 실리까지 쏠쏠하게 챙겼다. 역시 커제 9단도 만만치 않다.

참고도2

참고도2

이 9단은 우변 흑을 정비하고 49로 기분 좋게 젖혔다. 그런데 너무 이르게 기분부터 냈다. 우상귀 흑이 허점투성이인데. 커제 9단은 곧장 50, 52로 날아가 우상귀를 날름 베어먹었다. 이 9단이 '참고도2'처럼 흑1로 들여다보는 교환을 해놓고 흑3을 두었다면 우상귀 영토도 지킬 수 있었다. 이 교환을 깜박한 게 너무나 아쉽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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