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가봤습니다] 세계 최고 태양광 기술 이끄는 연구개발 본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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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탈하임의 한화큐셀 글로벌 R&D센터 연구원들이 완성된 태양광 모듈의 외관을 육안으로 검사하고 있다. [사진 한화큐셀]

독일 탈하임의 한화큐셀 글로벌 R&D센터 연구원들이 완성된 태양광 모듈의 외관을 육안으로 검사하고 있다. [사진 한화큐셀]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7%에서 2030년 20%로 높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지만,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국 등은 기후변화협약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58%(812GW)가 신재생에너지이기도 했다. 이런 에너지 트렌드에 가장 앞서가는 기업 중 하나가 세계 1위의 태양광 셀ㆍ모듈 제조업체인 한화큐셀이다. 태양광의 연구개발의 본산, 독일 한화큐셀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찾았다.

세계 1위 태양광업체 한화큐셀의 독일 탈하임 글로벌 R&D센터

옛 동독 땅 라이프치히 북쪽 소도시 탈하임. 드넓은 평야지대 곳곳에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도로 변엔 쪽빛 태양광 패널이 바다를 이룬다. 한국어로 ‘햇빛거리’쯤으로 번역되는 ‘존넨알레(Sonnen-allee)’라는 길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니 외벽이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6층 건물들이 나타났다. 건물 앞 안내판에 주황색 타원 세 개가 엇갈려 겹쳐있는 눈에 익은 로고와 함께 ‘Hanwha Q CELLS’이라는 회사명이 적혀있다.

탈하임은 한화그룹의 차세대 성장엔진인 태양광 산업이 무르익는 곳이다. 2015년 2월 세계 1위 태양광 기업으로 떠오른 한화큐셀의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장쑤성(江蘇省) 치둥공장과 말레이시아 사이버자야 공장, 한국 진천ㆍ음성공장 등에서 생산되는 솔라셀ㆍ모듈은 모두 이곳에서 잉태된다.
글로벌 R&D센터는 연구소라기보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독립 기업의 모습이다. 방진복을 입고 들어간 연구생산동엔 길이 100m가 넘는 솔라셀 생산라인과 모듈조립 공정 등이 여유롭게 자리잡고 있다. 연구생산동은 2015년 초까지만 해도 5개 라인이 돌아가던 진짜 제조공장이었다. 비용절감을 위해 말레이시아 사이버자야 공장으로 4개의 생산라인을 옮기면서, 연구생산용으로 1개 라인을 남겨놨다. 두께 0.3mm의 실리콘 웨이퍼를 투입해 세척-확산-에칭-코팅-스크린인쇄 등의 공정을 거치는 것은 일반적인 태양전지 제조공정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라인을 벗어나 별도의 ‘퀀텀(Q.ANTUM) 셀’ 공정이 하나 더 있었다. 셀 뒷면에 알루미늄 반사판을 설치, 빛이 통과하지 않고 반사돼 다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태양전지의 효율은 기존보다 2%포인트 가량 더 높아진다.

한화큐셀은 2015년 이 퀀텀 기술을 적용한 다결정 솔라셀 모듈로 19.5%의 태양광 전환효율(태양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비율)을 달성,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올 5월에는 다결정보다 효율이 더 뛰어난 퀀텀 단결정 모듈로 세계 최대 태양광산업 전시회 인터솔라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독일 현지에서 R&D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설재승 팀장은 “세계 각국 기업들의 태양광 연구센터 중에서 이곳만큼 규모가 크고 시설을 갖춘 곳은 없다”며 “생산라인 하나를 연구용으로 남겨둔 덕분에 연구에서부터 품질점검, 시제품 생산 등까지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퀀텀기술을 이용한 단결정 셀은 현재까지 최대 22%의 전환효율을 기록했지만, 향후 2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내부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24억2660만 달러(약 2조72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18억80만 달러)보다 34.8%나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2억750만 달러(약 2327억원)를 기록, 2015년(7790만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축소와 미국시장 위축 등으로 전반적으로 세계 시장이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큐셀엔 기회이면서 위기다. 시장의 반응은 냉정하다. 2015년 12월 28달러 가까이 올랐던 주가(나스닥)가 역대 최저(5일 기준 6.74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화큐셀은 2010년 인수한 중국의 솔라펀파워와 2012년 인수한 독일 큐셀을 합병해 재출범한 회사다. 현재 솔라셀 연간 생산량 5.8GW(기가와트)로, 세계 1위다. 하반기 진천공장 증설이 끝나면 6.8GW까지 늘어나, 2위와의 격차를 더 벌이게 된다.
두 회사를 인수할 당시 세계 태양광시장은 공급과잉으로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이을 때였다. 태양광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의 인수를 ‘미친 짓’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독일의 큐셀도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를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까지 갔던 회사다. 인수 당시 누적 영업 적자가 4420만 달러(약 495억원)에 달했고, 공장 가동률은 20∼30%에 불과했다.

하지만 큐셀은 한화가 인수한 지 1년 반 만인 2013년 4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공급 과잉이지만, 두 회사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 한화큐셀이 원가절감과 기술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화는 셀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의 태양광 기업이 됐다.

탈하임 글로벌 R&D센터를 이끌고 있는 정지원 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화큐셀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며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는 퀀텀 테크놀로지를 통해 전력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를 거쳐 10년간 LG그룹 태양광 사업 실무를 책임졌던 태양전지 전문가다. 탈하임(독일)=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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