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민간교류 앞서 6ㆍ15부터 이행하라”…정부간 합의 이행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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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한국 민간단체의 방북을 거부한 북한이 6일 “보수패당이 단절시켰던 일부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교류를 허용한다고 하여 북남관계가 개선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 북남관계가 저절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누가 집권하였는가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말라리아 방역물자 지원을 위한 방북을 추진했지만 5일 북한이 유엔의 대북 제재(안보리 결의 2356호)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6ㆍ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개성에서 남북공동행사를 할 것을 요청하자 “평양에서 행사를 열자”고 답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유한국당 등 한국 보수 정권에 대한 비난을 이어온 북한이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문 이행'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이 신처럼 여겼던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이 서명한 6ㆍ15와 10ㆍ4공동선언을 남북관계의 기본 장전으로 여기고 있다”며 “6ㆍ15를 앞두고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틈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조건제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동적으로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평소 강조해온 6ㆍ15 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며 향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대북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민간단체의 교류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마중물을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북한의 입장 표명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조선소년단 창립기념일을 맞아 “모든 소년단원은 김정은 원수님의 참된 아들딸로, 강성조선(북한)의 주인공으로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제8차 소년단 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이어갔다.

지난 2013년 6월 이후 4년 만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만7~13세의 어린이들이 가입하는 조직인 소년단을 미래의 친위세력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숙청과 총살의 방식으로 기성 세대를 장악하면서 동시에 소년단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분석한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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