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대 자산가가 모든 돈을 빼앗기고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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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원대 자산가였던 A씨는 재산을 모두 빼앗긴 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50억원대 자산가였던 A씨는 재산을 모두 빼앗긴 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젊은 시절 자수성가해 수백억원대 사업을 운영했던 A(67)씨. 1993년 부도를 내면서 성공 가도가 꺾였지만, 남은 돈으로 서울 양재동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며 살았다. 그에게 남은 재산은 양재동 330㎡ 땅과, 성내동 210㎡ 땅이었다. 재산 가치는 50억원 정도였다. 재기를 노려볼만 했지만 A씨는 정신질환 탓에 주차장 부지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소박하게 지냈다.

A씨는 그동안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았다고 한다. 또 가족이나 친구와 만나는 모습도 이웃들에게 비쳐지지 않았다. 그렇게 20여년이 지나면서 양재동 일대에 ‘의문의 자산가’로 소문이 났고, 그의 재산을 노린 누군가가 접근했다.

양재동에 살며 A씨를 오랜 기간 관찰한 박모(59)씨는 부동산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지인과 함께 A씨의 재산을 가로채기로 했다. 박씨는 한 60대 여성에게 “A씨와 혼인신고를 하면 빌라를 한 채 떼주겠다”고 꼬드겨 가담시켰다.

그런 뒤 2015년 1월 박씨는 일당을 꾸려 A씨의 컨테이너에 들어가 그를 폭행했다. A씨는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옛 이름)에서 나왔다”는 말에 속아 저항하지 못했다. 박씨는 이런 방식으로 A씨를 협박했고,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을 강제로 찍도록 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땅을 팔아 세금을 뗀 뒤 30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범행을 끝낸 뒤 이들은 A씨를 전북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가짜 혼인을 맺은 60대 여성이 보호자 자격으로 A씨를 강제입원시킨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이들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가 끝나는 대로 A씨의 생계 지원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A씨는 현재 전북의 정신병원에 계속 머물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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