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통(痛) 요구한 文 대통령…"국정원 개혁엔 아픔 수반"

중앙일보

입력

국정원이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내 부처ㆍ기관ㆍ단체ㆍ언론 출입 담당관은 이날부로 모두 전면 폐지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정치개입 단절과 개혁 실현을 위한 획기적이고 단호한 조치의 필요성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직원의 국가기관, 정당, 언론사 등에 대한 상시출입은 지난 2014년 1월 ‘국가정보원법’이 개정되면서 이미 금지돼 있다.
이번에는 아예 자리를 없앴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 전면 폐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한 신임 서훈 원장의 첫번째 조치였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이날 국정원 1ㆍ2ㆍ3차장에 모두 국정원 출신을 임명했다. 이또한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 위한 포석이었다.
 서동구 1차장(62)은 국정원 해외정보파트에서 이력을 쌓았다. 주토론토 영사, 주시카고 영사, 주유엔공사, 주미국공사 등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주파키스탄 대사로 일해왔다. 국내정보를 담당해온 2차장에 임명된 김준환(55) 2차장은 행시 출신으로 정보 분석 분야에서 일했던 인물이다. 이번에 국내파트에 대한 개혁을 주도하는 임무를 맡았다. 김상균(55) 3차장은 대북전략부서의 처장을 지내며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만들어진 남북 간의 거의 모든 합의서 문구를 맡아온 ‘대북통’이다. 국정원에서는 서훈 원장과 사수ㆍ부사수 관계로 호흡을 맞춰왔다.
서훈 원장은 취임식에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것”이라며 “규정과 질서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응분의 조치를 받는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개혁 방안을 주도할 ‘국정원 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팔이 잘려 나갈 수도 있고, 많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상처 없이는 (국정원이) 다시 설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며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국정원에 ‘개혁통(痛)’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서훈 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개혁이라는 게 조금 아픔을 수반하는 것”이라며 “그런 역할을 국정원 출신으로서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 “민간인 사찰, 정치와 선거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범죄에 연루ㆍ가담한 조직과 인력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 및 처벌 형량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국정원 개혁 과정에서 지난 정부 정보기관에 대한 재조사 가능성을 암시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청와대 인사들의 비리 정보에 대한 국정원의 보고를 활용했다. 그의 저서『운명』에는 “국정원장들이 정보를 ‘친전’으로 밀봉해 보내줬다. 때때로 그런 점검을 하는 자체가 청와대의 도덕성 유지에 도움이 됐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대북관계에 대한 국정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당장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말하기 이르지만 결국 우리가 여러가지 수단을 총동원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북한 핵폐기와 함께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대전환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훈 원장은 오랜 대북통으로 꼽힌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