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 사고경위 조사단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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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29일 하오 KAL기가 바그다드를 출발, 서울로 향하던 중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정부고위관계자들로 실무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실종경위 및 소재파악, 대책마련에 착수.
이 소식이 처음으로 정부측에 전해진 것은 대한항공 측이 정부종합청사 당직실에 이 비행기가 하오 2시쯤 버마상공에서 교신이 두절된 후 실종됐다고 통보한 하오8시.
청사당직실은 이같은 사실을 즉각 청와대와 총리실등 상부기관 상황실에 보고했고 소식을 접한 외무부 상황실은 곧바로 최광수외무장관공관에 전화보고.
최장관은 하오 8시40분쯤 등청해 박상용차관·박수길제1차관보· 소병용아주국장등과 대책을 숙의.
최장관은 이 자리에서 실종 인근지역인 버마· 태국의 현지공관과 주이라크총영사관에 긴급훈령을 내려 아무리 하찮은 정보라도 가장 빠른 시간내에 보고토록 지시.
또 우방국 정보기관에도 정보협조를 의뢰하고 ICAO (국제민간항공기구) 에도 협조를 요청토록 조치.
외무부는 처음에는 비행기가 고장이 나서 추락했다면 추락직전에 교신이 있었을 텐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혹 공중 폭파됐다면 이미 목격자가 나왔어야 될텐데 그것마저 없어 공중납치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았다.
특히 이 비행기가 중동지역을 출발했고 지난번 도서기관 납치사건의 기억도 있어 바로 납치가 아닌가하는 추측이 나온 것.
외무부는 이날 하오 11시 박차관보 주재로 1차 실무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워낙 얼떨결에 접한 소식이어서 모두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고 더우기 현지로부터의 확인된 정보가 아무 것도 없자 애만 태우는 분위기였다는 것.
그러다가 UPI통신의 서울주재기자가 외무부에 홍콩에서 수신된 방콕뉴스가 추락을 보도했다고 문의해온데 이어 하오 11시20분쯤에는 AP통신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자 외무부는 갑자기 침통한 분위기로 돌변.
○…30일 0시20분까지 계속된 정부관계부처 실무대책회의는 비행기 행방을 알리는 현지공관이나 관계기관으로 부터의 뚜렷한 정보가 없자 이날 상오 7시 외무부 홍정영제2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파견키로 하고 회의를 종료.
이날 회의는 『현지시간 상오 11시32분 KAL기장이 북위14도45분, 동경95도38분에 있다고 랭군관제탑에 위치보고를 한뒤 11시52분 버마상공 토보이 지점에서 교신키로 했었으나 연락이 없었다는 교통부항공국장의 보고만을 바탕으로 각 상황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선에서 맴돌았을 뿐 별무진전.
회의참석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납치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는데 지금까지의 어떤 비행기 납치사건을 봐도 사건발생 2O시간이 가까와오도록 소재파악이 안된 적은 없었다는 것.
관계자들은 추락을 거의 기정사실로 보고 이에 따른 제반 사항 등을 점검중인데 추락이라 해도 공중폭파에 의한 추락인지, 아니면 고장에 의한 추락인지에 따라 외무부의 대처방안이 달라지게 돼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
고장에 의한 추락의 경우에는 자동으로 고장을 알리는 신호가 보내지고 해상추락의 경우에도 심해에서 자동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아무런 신호가 없었던 점으로 보아 공중폭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
한편 버마당국은 현지시간 29일 하오6시부터 7시20분까지 F-28 비행기를 동원, 예상비행 해상과 내륙지역을 수색했으나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고 지상부대도 비상착륙 가능지역을 수색했으나 역시 아무런 흔적을 발견치 못했다고 외무부에 통보.
따라서 KE858편이 갑작스런 사고로 추락했다면 교신지점과 재교신지점인 토보이 사이의 해상이나 해안밀림지대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30일 재개되는 버마당국의 수색작업 결과에 따라 이날중 추락여부가 밝혀질 전망.
○…29일 하오 6시 28분 방콕항공관제소로부터 공식실종 통보를 받은 교통부는 차규헌장관등 전직원이 출근, 비상근무체제로 들어가는 한편 김창갑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KAL기사고수습대책본부를 설치, 철야근무에 돌입했다.
교통부는 대책본부설치와 동시에 국제민간항공기구와 태국·버마정부에 KAL기수색구조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외무부와 협조, 정부차원의 조사단을 파견키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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