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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관의 「군중립」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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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 직선을 치르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정파와 지역사이에 심한 분열을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문제엔 국민적 합의가 성립돼있다. 이른바 군의 정치적중립이다.
야당은 「군정종식을 이번 선거의 중심구호로 내걸었다. 『노태우만이 군의 중립과 군정종식을 해낼수 있다』 는 노후보의 발언 역시 군정종식을 받아들이고있음을 의미한다.
정치권과 일반사회의 이러한 논의에 대해 시종 침묵으로 일관해온 군마저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인하고 나섰다.
정호용국방부장관은 27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별도의 선거운동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잡음과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말라』고 명령했다.
정장관은 군부대 부재자 투표의 공정성 시비도 배려하여 『후보선택의 기회보장을 위해 오지에도 부재자투표 비밀기표소를 설치하라』 고 지시했다.
군의 이같은 태도표명은 군이 다시 한번 정치적 중립의 입장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것은 군의 정치 불개입을 희망하는 국민적 요구와도 일치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4년제 정규육사를 나온 최초의 참모총장을 거쳐 국방장관이 된 정호용예비역대장은 국방장관 취임이후에도 여러차례 군의 비정치화를 강조한바 있다.
그동안 군은 우리사회의 극심한 혼란속에서도 정치개입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중자애하는 자제력을 발휘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때는 나라 안팎에서 불안과 경계의 눈으로 군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했었다. 그러나 군은 끝내초연한 자세를 보여 주었다.
그 이유야 어떻게 설명되든, 지금 또다시 정치적으로 미묘한시기에 국방장관이 군의 정치적중립을 다짐한 것은 여러모로 뜻있는 일이다.
정장관은 이번 지휘관 회의에서『군정종식이라는 이름으로 군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거나 민중관계를 이간시키려는 주장』 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정치적 차원에서 군의 정치적중립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어야하겠지만 그것이 순수한 국토방위에 전념하는 군자체의 명예나사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선거에 임하고 있는 모든 정치인들이 유념해야할 일이다.
오늘의 산업사회에서는 비민주적일 수 밖에 없는 군의 정치적 개입으로서는 효율적 정치를 기대할수 없다. 군정을 실험한 국가들은 모두 독재화하여 민주화가 좌절됐다.
그러나 공산권과 접해 있는 우리의 민주화는 군의 방패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군의 중립화」와 「정치의 민주화가 모순없이 조화될때 안정된 정치발전이 기대될 수 있다. 정장관의 발언도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고 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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