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제하 신문 친일' 조명 다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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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제시대 조선.동아일보의 친일 행태를 조명한 KBS의 다큐멘터리 방송을 둘러싸고 해당 신문사가 전문가의 반박 칼럼을 싣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지난 16일 '일제하 민족언론을 해부한다'는 제목으로 "조선.동아는 민족지라 자임할 만한 자격이 없다"는 충격적 내용을 보도했다.

KBS는 두 신문이 초기에는 일제로부터 탄압을 받으며 민족지 역할을 했으나 1930년대로 접어들면서 친일적 태도가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이봉창 의사 등을 '범인'으로 묘사하고, 조선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KBS는 알려진 것과 달리 조선.동아가 강제 폐간된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합의'하에 신문사 문을 닫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가 자랑하고 있는 손기정 일장기 말소 사건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해당 기자를 파면하는 등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 대해 조선.동아는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18일자에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정진석 교수의 'KBS의 역사자료 왜곡'이란 칼럼을 실어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칼럼에서 정교수는 일본 의회도서관에서 찾아냈다는 조선총독부 기밀 자료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게다가 이 자료는 일본 총독부가 두 신문의 폐간을 얼마나 은밀하게 획책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지 '합작'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동아가 압수와 발매금지 처분을 당한 건수가 각각 4백차례가 넘었다며 "KBS는 특정 시기를 확대비판하고 의도성이 엿보이는 해석을 곁들였다"고 방송 배경을 공격했다.

조선일보 역시 방송면 기사를 통해 "KBS는 이미 공개된 텍스트를 거두절미하거나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법적 대응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칼럼에 대해 KBS 역시 '발끈'하고 나서 사태는 조금 더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한국…'을 제작한 장영주 PD는 "팩트에 대해서는 자신 있으며, 이를 왜곡이라고 표현한 신문사 측에 공식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네티즌들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19일 현재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5백5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과거 청산을 촉구하는 의미있는 방송'이라는 격려성 글들도 많았지만,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항의성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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