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파와 서울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실로 불쾌한 일이다. 거의 소멸된 것으로 알았던 일본의 극좌 테러조직인 적군파가 최근 한국을 공격목표로 재기의 꿈을 키워왔다는 것은 우리에게 섬뜩함과 함께 새로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적군파는 60년대 일본경제의 초기 고도성장기에 반미·반보수·반자본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교조주의적인 극좌 모험주의 행동단체다.
일본좌익의 전위대였던 전학연(일본전국학생자치회연합) 에서분파돼 나온 그들은 군대식 조직원리와 무장봉기식 혁명노선을 내걸고 기성세럭과의 타협을 거부하면서 파괴와 테러를 일삼아왔다.
따라서 그들은 전후 자본주의경제의 급성장에 따른 사회모순의 부산물로 서구의 신좌익, 미국의 반전, 민권운동 등과 사회적맥락을 같이하면서 전술면에서는 아랍 테러리즘과 상통했다.
7O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에서 더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되자「혁명의 국제화」라는 명분으로 세계각지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테러의 디아스포라(diaspora)다.
그들의 일부가 평양으로 가기 위해 7O년봄 일본항공기를 납치, 김포공항에 기착했던 「요도호사건」이나 팔레스타인 테러단과 연합하여 중동에서 항공기 납치, 대사관 공격, 요인암살 등의 테러사건을 벌인것도 그같은 국제화 전략에서 나왔다.
이같은 반인류적 범죄행위로 국제적 응징을 받아 잠적했던 적군파가 이번에는 우리나라를 주공목표로 롤백을 시도한 것이다. 다행히 일본경찰의 주모자 체포로 일단 한 고비는 넘겼으나 우리로서는 방심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한국을 노린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가대통령선거등 각종 정치행사와 서울 올림픽으로 국제적 관심의 중심이 돼 있다는 사실이다. 세의과시를 노려온 그들로서는 좋은무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음은 최근 우리가 국내사정으로 치안상의 공백이 있었고 이런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그들은 판단한것 같다.
그 밖에 우리 국내에서 대학생 중심의 좌경운동권 조직이 그들과 유사한 노선과 전술을 쓰고있는 것을 보면서 두 조직의 연계가능성을 넘본 것 같다.
적군파 요원들이 이미 한국을 다녀갔고 북경을 거쳐 평양과도 어떤 연결이 이루어 졌다고 추정할 때 이것은 우리 안보에 대한또 하나의 위협요인이 된다.
그들은 최근「아시아작전」에 주력해서 한국에서 행동거점을 마련하고 시설파괴, 요인납치 등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는 앞으로 국내 소란이 불가피한 단계에 있다. 여기에 파괴적인 외세가 개입한다면 그 혼란은 중대한 파국을 몰고올 가능성도 있다.
우선 치안당국은 이같은 내외의 파괴세력을 엄밀히 감시하여 혼란의 원천을 철저히 봉쇄해야한다. 이를 위해 경찰의 치안태세강화와 함께 국제경찰 (인터폴) 과의 공조체제 긴밀화가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것은 좌경운동권의 애국적 각성이다. 국가의 큰 테두리를 존중하여 외세가 끼어들 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이같은 치안태세가 완비될때 정권교체와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