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등에 업은 제주 송악산 개발, 환경영향평가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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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국기업 신해원(新海?)이 서귀포시 대정읍에 조성을 추진 중인 송악산유원지 조감도. [사진 신해원]

중국기업 신해원(新海?)이 서귀포시 대정읍에 조성을 추진 중인 송악산유원지 조감도. [사진 신해원]

중국 자본이 제주에서 추진 중인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이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향후 제주에서의 난개발을 막겠다”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심의위, 지난 25일 재심의 결정 #2013년 추진부터 환경훼손 논란 #상업시설·문화센터 등 제외 의견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는 25일 “최근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의 결과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중국계 회사인 신해원(新海园)이 3200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대정읍 19만2000㎡ 부지에 객실 545실 규모의 호텔 2개동과 문화센터·캠핑시설·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신해원은 2014년 12월 당시 환경영향평가 심의 결과를 토대로 23일 보완 계획서를 냈다. 원 지사가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언급한 2015년 4월로부터 2년여 만이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10대 2로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사업 규모가 30% 이상 변경되면 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며 호텔의 층수를 낮출 것과 환경질에 대한 추가 조사 등을 주문했다. 이에 사업자 측은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숙박시설 면적을 줄였고, 녹지 면적은 늘렸다”고 주장했다.

신해원은 이번 심의에 앞서 숙박시설의 전체 면적을 2014년 2만5050㎡에서 1만9747㎡로 줄인 계획서를 냈다. 반면 ‘호텔1’과 ‘호텔2’ 등 2곳의 객실 수는 기존 총 453실에서 총 545실로 늘렸다. 숙박시설의 면적을 줄이는 대신 층수를 높여 객실 수를 늘린 것이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경관 사유화’ 문제를 들어 “호텔 층수를 낮추라”고 주문했다. 높이 28m의 8층 짜리 ‘호텔1’이 들어서면 인근 ‘동알오름’의 7부 능선이 조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자연환경보전법 28조에는 ‘주요 조망 점에서 오름의 7부 능선이 조망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높이 18m인 4층 짜리 ‘호텔2’는 경관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 호텔이 2014년에 심의를 받은 7.95m 높이의 ‘콘도미니엄3’의 자리에 대신 들어서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서다.

이밖에 위원들은 사업지가 자연해안과 가까이 있는 만큼 송악산 인근에 조성하려는 상업시설과 문화센터를 모두 사업계획에서 제외하라는 의견을 냈다.

송악산유원지는 2013년 12월 사업 추진 때부터 환경훼손 논란을 빚어왔다. 사업지 인근에 지질·생태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큰 송악산과 태평양전쟁의 유적인 해안동굴과 진지동굴 등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장인 김보영 제주국제대 건축디자인과 교수는 “사업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지역의 자연 여건이나 역사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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