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코리아] “한국 전통미 전파, 축구산업 육성 세계적 문화월드컵 도시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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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막전에 참석한 김승수 전주시장(오른쪽에서 둘째)과 송하진 전북도지사(셋째). [사진 전북도]

월드컵 개막전에 참석한 김승수 전주시장(오른쪽에서 둘째)과 송하진 전북도지사(셋째). [사진 전북도]

한반도가 U-20 월드컵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한국이 A조 예선에서 2연승을 거두며 제일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 지어서다. 흥행의 진원지는 전주시다. 지난 20일 열린 개막식에는 3만7500여 명의 ‘구름 관중’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은 전주성(城)에서 치른 기니와의 개막전을 3-0으로 압승했다. 사흘 뒤 같은 장소에서 아르헨티나를 2-1로 꺾고 16강에 안착했다. 당초 전주시가 U-20 월드컵을 유치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교통과 숙박시설 등 객관적 조건이 불리해서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전주시를 개최지는 물론 개막식 도시로 선정했다. 이유가 뭘까. 무모한(?) 도전에 나섰던 김승수(48) 전주시장을 23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김승수 전주시장

개막식을 치른 소감은.
“개막식을 본 피파(FIFA) 관계자들이 ‘판타스틱 스타트(환상적인 출발)!’라고 외쳤다.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전주가 대한민국 국민과 피파에 최고의 선물을 줬다’며 감탄했다. 특히 자국 경기가 아닌데도 환호해 주는 관중 매너가 돋보였다.”
U-20 월드컵을 전주에 유치하려한 목적은.
“전주는 ‘문화월드컵’을 상징으로 잡았다. 이를 통해 전주를 국제 브랜드로 키워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두 번째는 테니스 하나로 먹고 사는 영국 윔블던처럼 축구 산업 도시로 가고 싶었다. 세 번째는 진폭이 크지만 150억~450억원의 경제효과다.”
전주에 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서울은 1000만이라는 인구와 경기장, 공항 등 모든 것을 갖췄다. 울산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도시다. 그런데 둘 다 떨어졌다. 전주는 객관적 조건이 열세였다. 하지만 서울 인구의 15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전북 현대의 관중 수는 서울보다 많다. 그만큼 어느 대도시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높다고 피파에 호소했다. 개막식 때 만석이 되면서 시민들이 증명했다.”
개막식 때 두루마기 한복을 입고 부채를 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국제 대회이고 피파를 비롯한 각국 대사 등 국제적인 인사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전주다움과 전통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채는 엄재수 선자장이 만들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도 부채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축구는 좋아하나.
“많이 좋아하는데 잘은 못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전북 현대 서포터즈라 경기할 때마다 붙박이로 응원한다.”
2014년 7월 시장 취임 이후 스스로 공과(功過)를 평가한다면.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토목형 정책이 아닌 사람과 생태·문화가 중심인 도시를 만들고 있다. (전주역 앞 도로 850m 구간 중 중앙 2차선을 인도 겸 문화 공간으로 꾸미는) ‘첫 마중길’ 사업도 이 세 가지 핵심 가치를 담은 실험이다. 요즘 비난을 받는 게 (전주 에코시티에) 코스트코 입점을 막은 일이다. 시민들 사이에 호불호가 있지만 반대하는 시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시장으로서 과오이고 미안함이다.”
새 정부에 바람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 발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주면 좋겠다. 대규모 건설 사업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기보다 지역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거다. 도시가 자기 정체성과 경쟁력을 갖고 성장해야 그 도시가 모인 국가도 발전한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전주를 전통문화특별시로 지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대선 공약에 들어갔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정책이 있나.
“전주도 한옥마을과 서부 신시가지 등을 빼면 사람이 안 모인다. 전주 자체도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전주 전역을 시민들이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균형 발전의 거점을 생태와 문화로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나.
“도전한다.”
마지막 꿈은.
“전주를 진짜 사랑한다. 가끔은 나보다 시장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넘겨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권력으로서 자리가 아니라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 전주는 작은 도시가 아니다. 문화 영향력으로 보면 ‘대한민국 1대 도시’다. 전주를 잘 키워서 김구 선생이 이야기한 문화와 함께 꿈을 실현시키는 첫 번째 도시를 만들겠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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