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러시아' 드라마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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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전쟁과 평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러시아 문학의 세계적 고전이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현지인들의 손으로 영상화된다. 이들 작품은 소련 시절 정부의 검열과 규제로 서방에서 외국인의 손으로만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이제 본고장의 옷을 입고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에선 인기가 시들한 영화 대신 대중이 열광하는 방송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게 특징이다.

미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판 '닥터 지바고'가 알렉산드르 프로슈킨 감독의 연출로 제작돼 5월 중 러시아 NTV를 통해 전파를 탄다고 13일 보도했다. 11회 분량 8시간짜리 대작이다.

프로슈킨 감독은 "영국 출신 데이비드 린이 감독한 1965년 작 '닥터 지바고'에 경의를 표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할리우드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정통 러시아판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 작품은 우선 촬영이 러시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할리우드판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할리우드판은 주로 스페인 중부 지역에서 촬영됐다. 프로슈킨은 특히 할리우드판에 나오는 쿠폴라(둥근 지붕)를 인 농가주택은 스페인 양식으로 러시아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지바고 역에는 이집트 출신 오마 샤리프 대신 '가장 러시아적인 얼굴'이라는 러시아 인기 배우 올레그 멘시코프가 맡았다.

올해 안에 세르게이 솔로브요프 감독의 '전쟁과 평화', 알렉산드르 코트 감독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고전 명작들이 줄줄이 러시아 텔레비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러시아 방송에선 미하일 불가코프의 '사감과 마가리타', 소련 시절 반체제 작가로 유명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첫 번째 원' 등이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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