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사 놓고 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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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13일 행자부의 서울시 감사를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행자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 독재시대에나 있었던 중앙집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영교 행자부 장관은 "서울시에 대한 정부합동감사 계획에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이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의 지방정부 종합감사 결과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감사원이 부당·왜곡 감사로 지방자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법대로냐 관행이냐=이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가 매년 감사원 감사를 받아 온 마당에 행자부가 또 감사한다는 것은 자칫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이번 감사가 자신에 대한 정치적 견제의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행자부가 서울시를 감사하기로 한 것은 정부 차원의 결정"이라며 "정부는 여러 부문에 걸쳐 혁신을 추진해 왔는데 서울시 감사는 혁신 사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지자체에 대한 행자부의 감사가 미비할 경우 감사원이 나서는 것이 이치에 맞지, 감사원이 이미 감사한 대상에 대해 행자부가 또다시 나서는 것은 행정 체계에도 맞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자신이 시장으로 취임한 뒤 해마다 9~10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아 왔으며, 감사원 인력이 상주하다시피 하며 서울시를 들여다봤기 때문에 중복해 감사할 필요성이 없다는 뜻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5월 청계천 사업에 대해서도 종합감사를 했으나 문제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감사원 직원 40~50명이 서울시를 감사하면 서울시 공무원 200~300명이 따라붙어야 한다"며 거듭된 감사로 인한 행정 공백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오 행자부 장관은 "서울시가 과거 몇 년 동안 행자부 감사에서 제외된 것은 옛 내무부가 지방감사를 할 때 서울시가 포함되지 않았던 데서 비롯된 것 같다"며 "지자체 감사는 행자부의 기능이자 직무이며 감사원이 안 했던 부분을 주로 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거나 중복 감사라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오 장관은 "이번에는 법령 집행의 준수, 예산 부당 집행, 직무 유기 여부 등을 주로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의 관심 분야인 회계.인사와 국책사업 등에 대한 감사는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 법 해석에서 이견=행자부의 정부합동감사 근거는 지방자치법 156조와 158조 및 대통령령의 행정감사 규정 등이다. 지방자치법 158조는 '행정자치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관하여 보고를 받거나 서류.장부 또는 회계를 감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감사는 법령위반사항에 한하여 실시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을 내세운다. 이 법 4조항에 따르면 '행자부 장관이 서울특별시 자치사무에 관한 감사를 하고자 할 때는 국무총리의 조정을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법률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특례법이 서울시의 특수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고, 그 연장 선상에서 1999년 이후 행자부 감사가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행자부 감사는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 지방자치단체 감사=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감사원 감사를 비롯해 행정자치부 감사.국회 국정감사는 물론 지방의회 감사를 받는다.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받는 해에는 행자부는 감사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국회는 매년 9월 국회법에 따라 지자체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청계천 개발과 관련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와 건설교통위원회의 감사를 받았다. 광역단체 의회도 매년 10월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이외에도 지자체는 자체 감사 기구를 두고 있다. 서울시의 감사 담당 직원은 130여 명이다.

신준봉.조강수.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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