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로 달리는 택시 운전대 꺾은 만취승객...“납치됐다” 거짓말까지

중앙일보

입력

“전부 죽여야 돼 그냥”

지난 6일 새벽 3시 40분. 만취 상태로 택시 조수석에 탄 조모(19)씨가 욕설과 함께 운전석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시속 100km로 강변북로를 달리던 택시는 가드레일을 뚫고 지나가 풀숲 아래로 추락했다. 안전망 역할을 해준 나무 덕분에 3m 높이 낭떠러지 앞에서 가까스로 멈춰섰지만, 차량 앞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

사고를 일으킨 조씨는 곧바로 차량 밖으로 빠져나왔다. 에어백 덕분에 별다른 상처도 입지 않았다. 차량 보닛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운전자 A씨는 안전벨트가 고장이 나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에겐 도망이 먼저였다. 낭떠러지 아래 자전거 도로로 뛰어내린 후 한참을 내달렸다. 이후 “택시기사에게 납치됐다. 가까스로 탈출했으니 도와달라”며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씨의 거짓 신고에 경찰까지 출동해 그의 귀가를 도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사고차량 [사진 성동경찰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사고차량 [사진 성동경찰서]

반면 사고 차량 안에 갇혀있던 A씨는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져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에어백과 안전벨트 덕에 심각한 신체적 부상은 피했지만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범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던 조씨는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욕설 등을 들려주자 그제서야 범행을 인정했다. 그는 “홍대 클럽 안에서 친구들과 말다툼이 있었다. 만취 상태에서 이성을 잃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운전자 폭행은 불특정 다수에게 큰 피해를 주는 중대범죄다. 공공질서 파괴행위인만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g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