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친박 배제된 지도부가 바통 이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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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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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21일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 “친박(친박근혜)은 제발 나서지 말라”며 “친박이 배제된 지도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달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를 사퇴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요구에 대해선 “당을 잘 수습하는 게 먼저다. 사퇴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 대행은 이번 주 자신의 거취와 전당대회 시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차기 전대서 당대표 불출마 시사 #당권 도전설 홍준표 “친박 사죄해야” #친박 “아쉬울 땐 손 내밀더니 … ” 반발

정 대행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는 자중하고 반성하는 것이 좋다”며 “이번 기회에 계파가 아닌 보수의 가치를 중심으로 당을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정 대행의 ‘바통’ 발언이 당권 도전 대신 원내대표직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정 대행이 원내대표직을 맡은 지 오래되지 않는 등 당권에 도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대행이 전당대회 불출마 쪽으로 기울면서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차기 당권 도전설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홍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국 보수 세력을 망가지게 한 세력은 이제 반성하고 역사에 사죄해야 한다”며 “치열한 서민정신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 신보수주의 기치로 다시 일어서자”고 적었다. 홍 전 지사의 측근은 “홍 전 지사가 친박으로 분류되는 구세력을 청산하고 새로운 보수 가치를 내세워 문재인 대통령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미국으로 출국한 홍 전 지사는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내고 있다.

친박계 인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 때 자기가 아쉬운 상황에선 ‘친박은 없다’며 손을 내밀더니 선거가 끝나니까 안면을 싹 바꾸고 있다”며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한 재선 의원은 “홍 전 지사가 전대에 나오면 당내 갈등이 더욱 거칠어질 것”이라며 “당내에 적임자가 없으면 국민적 신망이 있는 외부 인사를 당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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