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21일 “차기 당권에서 친박계는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를 사퇴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도 “지금은 당을 잘 수습하는게 먼저다. 사퇴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 대행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에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기를 밝히고 개인 거취에 대한 입장도 표명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는 자중하고 반성하는 것이 좋다. 이번 기회에 계파가 아닌 보수의 가치를 중심으로 당을 재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에 두고 당내에선 정 대행이 이번엔 당권에 도전하지 않고 원내대표 자리에만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행이 전당대회 불출마쪽으로 기울면서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차기 당권 도전설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홍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국 보수세력을 망가지게 한 세력은 이제 반성하고 역사에 사죄해야 한다. 이제 몇 안 되는 친박이 자유한국당의 물을 흐리면 당원들이 나서 단죄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치열한 서민정신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 신보수주의 기치로 다시 일어서자”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홍 전 지사가 친박으로 분류되는 구세력을 청산하고 새로운 보수 가치를 내세워 문재인 대통령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미국으로 출국한 홍 전 지사는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대선 이후 홍 전 지사는 16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반면 친박계 인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 때 자기가 아쉬운 상황에선 ‘친박은 없다’며 손을 내밀더니 선거가 끝나니까 안면을 싹 바꾸고 있다”며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펄쩍 뛰었다. 한 재선 의원은 “홍 전 지사가 전대에 나오면 당내 갈등이 더욱 거칠어질 것”이라며 “당내에 적임자가 없으면 국민적 신망있는 외부인사를 당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