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경호, 지하 벙커 마련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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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06면

광화문 대통령 시대, 넘어야 할 산은

광화문 대통령을 추진한 게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광화문 집무실 계획이 무산된 건 무엇보다 경호 문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을 임명하며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뒷받침할 경호의 적임자”라고 강조한 것에는 번번이 발목을 잡아온 경호 문제를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예산 확보 등 감안 2년 뒤 실현 가능 #행자부·여가부 세종청사로 옮길 듯 #행정수도 지정 땐 아예 세종시로

청와대에는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지하 벙커 시설이 마련돼 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만일의 사태에 늘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화문 집무실로 거론되는 정부서울청사 등엔 지하 벙커 시설이 없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예산 확보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 예산이 편성되더라도 시설 개선 공사는 내년 초에나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는 2019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집무실이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할 경우 기존 입주 부처들도 방을 빼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 인력 등 400여 명도 함께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와 여성가족부가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광화문 대통령에 따른 청와대 개방에 맞춰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총리는 세종시에 총리 공관을 따로 두고 있어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광화문 집무실까지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통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교통신호를 조작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도 변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국민이 동의만 해준다면 행정수도는 개헌을 통해 세종시로 이전했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되면 광화문 청와대는 추진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지정될 경우 청와대를 아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의미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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