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살처분 위법 가릴때 까지 닭 죽여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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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살처분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AI에 직접적으로 감염되지 않은 닭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두 달 넘게 살처분을 거부해 온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에 대해서다.

광주고법 16일 결정…"집행시 회복하기 힘든 손해 우려" #1심서는 기각…예찰 지역 전환, 계란 반출 허용도 영향 #변호인 "사육장 환경 등 두루 고려해 살처분 실시해야"

광주고법 전주 행정1부(부장 황진구)는 18일 "참사랑 농장의 주인 유소윤(54·여)씨 부부가 지난 3월 10일 익산시장을 상대로 낸 '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1심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유씨 부부는 2015년부터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기준(㎡당 9마리)보다 넓은 닭장(㎡당 5마리)에서 산란용 토종닭 5000마리를 풀어 키워 왔다. 하지만 지난 3월 5일 농장에서 2.1㎞ 떨어진 육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유씨 부부는 "건강한 닭들을 죽일 수 없다"며 같은 달 10일 전주지법에 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살처분의 위법성을 따지는 본안 소송을 냈다.

하지만 전주지법은 "살처분이 집행될 경우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며 3월 28일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유씨 부부는 즉시항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유씨 부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결정문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익산시장이 지난 3월 10일 참사랑 농장의 산란계 5000마리에 대해 내린 살처분 명령의 집행을 살처분 명령 취소 소송의 판결 선고 때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에서 사육 중인 토종닭들. [사진 참사랑 농장]

전북 익산시 망성면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에서 사육 중인 토종닭들. [사진 참사랑 농장]

재판부는 "살처분 집행으로 신청인(농장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살처분 명령 취소 소송' 사건에 대한 선고 때까지 집행을 정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농가가 있는 지역이 보호지역(3월 6일~27일)에서 예찰 지역으로 전환되고 익산시장도 농장주가 생산한 계란에 대한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판매를 허용한 사정 등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실제 익산시는 해당 농장에 대한 살처분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지난달 21일자로 달걀의 반출은 허용했다. AI 잠복기(21일)가 지난 데다 앞서 두 달간 네 차례 실시한 AI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서다.

재판부는 "피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본안 사건 판결 선고 때까지 살처분 집행을 정지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김용빈 변호사는 "일반 양계장과 동물복지농장은 엄연히 AI에 대한 면역력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살처분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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