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 미 기업, 떼돈벌고 쉬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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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적자는 떠벌이고 흑자는 감추고'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 얘기다. 이익을 부풀려서라도 회사를 좋게 포장하려는 기업 생리와는 정반대다. 이들이 많은 돈을 벌면서도 이익 규모에 대해선 침묵하는 이유는 바로 미-중 무역갈등을 의식해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기업들이 '중국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주장하는 미국인들에게 반감을 살까 우려, 중국에서 벌어들인 이익 규모를 숨긴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7258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대중국 무역적자가 주원인이지만, 나라가 빚더미로 몰리는 가운데서도 미국의 다국적 기업은 낮은 생산비용과 아웃소싱으로 중국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

중국 내 미국 기업 이익 급증=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 자회사들은 2004년 3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불과 10여년 전인 1990년 전혀 이익을 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5년 이들 기업의 수익이 32억 달러로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일본(113억 달러)이나 멕시코(76억 달러)에서 거둔 수익보다는 작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이익 규모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에선 고전하는 제너럴모터스(GM)마저 중국에서 작년 3분기까지 2억1800만 달러의 이익을 냈으며,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토로라의 경우 전 세계 매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달한다.

'잘못되면 중국탓'=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 내용이나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중국 관련 보고서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찾기 힘들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만 부각된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수지는 양국간의 제품교역만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 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 부문은 제외하고 집계한다. 그러다보니 두 나라가 발표하는 무역수지 규모가 서로 다르다. 지난달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가 1142억 달러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장하는 수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계산 덕분에 미국 내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2016억2600만 달러)가 전체 무역적자의 27.8%에 달하기 때문이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음달 중국 제품에 27.5%의 관세를 물리는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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