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못 벗은’ 빙상 대표팀 새 유니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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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헌터사의 경기복을 입으면 1초 이상 느린 기록이 나올 수도 있다.” (휠라)

연맹 “선수들 원해 헌터 제품 변경” #계약 종료 휠라 “경기력 저하” 주장 #평창 260일 앞두고 논쟁 2라운드

“선수들의 의견을 취합해 경기복을 선택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260여일 앞두고 빙상 경기복을 둘러싼 빙상경기연맹과 업체 측의 논쟁이 2라운드를 맞았다.

지난해 휠라 유니폼을 입은 이상화. [중앙포토]

지난해 휠라 유니폼을 입은 이상화. [중앙포토]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빙상 대표 선수들이 헌터사의 경기복을 입으면 경기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휠라 측은 최근 네덜란드 마르켄의 DNW사에 의뢰해 실시한 윈드터널 테스트 결과 선수들이 헌터 유니폼을 착용하면 휠라의 스포츠 컨펙스 경기복을 입었을 때보다 기록이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윈드터널 테스트는 비행기 등에 미치는 공기의 영향을 인공 장치로 시험하는 것이다.

휠라 경기복의 무게는 300g으로 헌터 제품(335g)보다 가볍고, 공기저항도 헌터 경기복보다 10% 이상 줄어드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휠라 측은 설명했다. 안주은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스케이팅 속력의 한계를 공기저항 만으로 가정한다면, 이상화가 새 경기복(헌터사)으로 바꿀 경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500m 기록(37초28)보다 1초 이상 느린 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빙상경기연맹은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헌터의 제품을 평창올림픽 새 경기복으로 선정했다. 2012년 10월부터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 경기복을 후원했던 휠라와의 계약은 지난달 30일 종료됐다. 앞서 빙상연맹은 쇼트트랙 심석희·최민정·서이라·임효준,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김민석·김태윤·김보름 등에게 헌터와 미즈노의 경기복을 입게 한 뒤 직접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무기명 설문에 참여한 8명 가운데 7명이 휠라를 포함한 3개사 제품 중에서 헌터의 경기복이 가장 몸에 맞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휠라 측은 “장거리 종목의 소수 선수들만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공정한 채점 기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상화는 휠라의 경기복이 낫다는 의견을 밝혀 다른 선수들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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