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먹고 7시간 격론 끝에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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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본관 4층 대회의실에서 오후 3시부터 열린 사상 첫 '전국 판사와의 대화'는 7시간이 넘은 오후 10시30분쯤 끝났다.

손지호 대법원 공보관은 이번 대법관 제청 후보자 인선을 인정하기로 한 배경을 전하면서 "다만 다음 대법관 제청 때부터는 대법원이 법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대법관 제청방식 개선 방안, 그리고 이번에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세 후보에 대한 재고(再考) 필요성 등이 격론의 대상이 됐다. 또 급박하게 회의를 소집한 절차적 정당성 여부도 논점 중 하나였다.

특히 소장판사 한 두 명은 "법관들이 대법관 제청 후보자의 재고를 원하는지를 표결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다수의 판사들이 "이번 회의는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인 만큼 표결은 적절치 않다"고 만류하면서 '표결 불가'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판사들의 변화 목소리를 주도해온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나름대로 의견을 충분히 개진했으며, 회의 결과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내일(19일) 대법원장이 기존 후보 세 명 중에서 한 명을 대법관으로 제청한다 해도 또 다른 집단 행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서열과 기수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법원장들이 후보자로 제시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헌법상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제청권은 존중돼야 한다""대법관 제청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번 후보자 제청의 재고는 부적절하다"는 다수의 반론에 밀렸다.

토론회 시작 두시간쯤 뒤인 오후 4시50분에는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던 문흥수 부장판사가 회의 소집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도 퇴장했다. 그는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오늘 오전 10시30분에야 통보받아 상당수 법관이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참석했다"면서 "이런 비민주성이 관료적인 법원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오후 7시쯤 대법원 측이 제공한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별도의 중간 휴식시간 없이 토론을 계속했다.

김현경.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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