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묵인한 회계법인도 15% 배상 책임"...회계감사비 날린 회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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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를 눈 감아준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에게도 분식회계 피해에 대한 일부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철강 관련 제조업체인 해원에스티가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안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해원에스티는 2007년부터 2009년 3분기까지 재무제표에 대여금채권의 대손충당금을 계상하지 않고 회수 가능한 것처럼 허위 기재한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안진회계법인과 회계사 김모씨는 분식회계의 내용을 알 수 있었는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이라고 기재했다.

해원에스티는 이후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돼 2010년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이 회사 주주들은 그 해 5월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로 손해를 입었다며 회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18억 여원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해원에스티 측은 피해자들과 합의해 17억여 원을 지급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안진이 외부감사인으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분식회계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며 책임비율을 5대5로 정해 17억여 원의 절반인 8억7000여 만원을 지급하라는 구상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회사가 허위 자료를 제공한 것에 대해 높은 책임을 인정했다. 또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감사보고서에 허위로 적정 의견을 기재한 안진과 소속 회계사에 대한 책임도 일부 인정했다.

다만 재무제표 작성과 허위공시의 주된 책임이 해원에스티에 있다는 점과 분식회계로 임원진이 형사처벌을 받은 점, 안진이 분식회계를 묵인한 대가나 부정한 이익이 없었던 점을 참고했다. 또 양쪽이 계약한 2년치 회계감사 보수가 1억4000만원에 불과하단 점도 고려했다. 1심은 해원과 안진의 책임 비율을 75:25로, 2심은 85:15로 판단했다. 2심 결정으로 안진과 회계사 김씨가 각각 내야 할 구상금은 1억7000여만원으로 정해졌다.
안진은 이밖에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보고서를 허위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 심리로 지난 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안진회계법인과 배모 전 이사에게 각각 벌금 5000만원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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