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비상 걸린 한국…월요일 맞은 시민들 '대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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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랜선 뽑았어?" "랜선이 뭔데?"

주말이 지나고 직장인들의 첫 출근 날인 15일, 곳곳에서는 혼란이 감지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 해킹인 '랜섬웨어' 공격에 업무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최대 '고비'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내 중요 파일을 암호화 한 뒤 이를 푸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15일 오전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가 발생한 '보호나라' 사이트. [모바일 캡처]

15일 오전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가 발생한 '보호나라' 사이트. [모바일 캡처]

특히 '워너크라이'라고 불리는 이번 랜섬웨어는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컴퓨터가 감염될 수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중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하는 보안 전문 사이트 '보호나라(www.boho.or.kr)'는 이날 오전 9시쯤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가 있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보호나라를 통해 신종 랜섬웨어 예방법을 안내하고 있었다. 월요일 오전이 되면서 예방법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접속자 수가 폭증하자 사이트 접속이 어려워진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이트도 열리게 하지 못하면서 도대체 누가 누굴 보호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가장 간단하고 빠른 예방법으로 '출근하면 컴퓨터 랜선부터 뽑으라'는 조언에 오전부터 기업 이곳저것에서는 "랜선이 뭔지 모르겠다"고 묻는 직원, "월요일인 것도 짜증나는데 랜섬웨어인지 뭔지 때문에 두 배로 짜증난다"고 토로하는 직원까지 다양한 풍경들이 감지되고 있다. 사내 정보보안팀과 전산팀 등은 대부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몇몇 회사에서는 랜섬웨어를 방지한다고 해서 인터넷을 아예 안 되게 막아놓기도 했다.

한 CGV 상영관에 뜬 랜섬웨어 메시지. [온라인 캡처]

한 CGV 상영관에 뜬 랜섬웨어 메시지. [온라인 캡처]

대형 영화관인 CGV의 일부 상영관도 랜섬웨어에 감염됐다. CJ CGV 관계자는 "일부 상영관의 광고서버가 랜섬웨어에 감염돼 영상물이 일부 송출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개설한 '랜섬웨어' 페이지. [온라인 캡처]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개설한 '랜섬웨어' 페이지. [온라인 캡처]

온라인에서는 '내심 출근해서 내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걸려있길 바랬는데 멀쩡해서 아쉬웠다''회사가 인터넷을 막아놔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내가 랜섬웨어에 당해봐서 아는데 진짜 조심해야 한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누군가 관심을 끌기 위해 개설한 '랜섬웨어' 페이지까지 등장했다. 페이지 관리자는 '오늘은 한국 가는 날~ 조금만 기다려~''너무 욕하지는 마. 욕하면 제일 먼저 너네집 컴퓨터에 방문하도록 할게' 등의 글을 올려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4일 사이버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올렸다. 보안 전문가들은 컴퓨터를 켜기 전 먼저 인터넷을 차단하고 파일 공유 기능을 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요한 자료는 별도의 하드디스크에 백업해 두고 윈도우는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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