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세 급성장…세계유도 평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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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7세계유도선수권 대회를 통해 한국유도가 자만을 버리고 세계속의 현주소를 정확히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한국유도는 대회 막판에 김재엽의 통쾌한 우승으로 막혔던 숨통을 뚫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극도의 부진을 보여 서울올림픽을 1년도 채 못 남기고 새로운 대책마련이 시급해졌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유럽세의 부상이다. 한국유도는 반쪽대회였던 LA올림픽,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크게 업은 85년 세계대회등의 호성적으로 자기도취에 빠져 일본만을 라이벌로 견제해왔으나 유럽의 벽은 두터웠다. 김재엽을 제외한 한국선수전원은 모두 프랑스·서독·네덜란드·소련등 유럽선수들에 일격을 받고 좌초했다.
세계의 유도인들은 『세계 유도계는 이미 평준화됐으며 조만간 유럽의 「힘의 유도」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선수들의 문제점으로는 「나약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승리를 보강해주는 확실한 기술의 부재」 등이 지적됐다.
과보호의 우산속에서 자라온 한국선수들은 상대에 비해 승부근성이 부족했으며 공격적인 유도를 편 김재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험을 피하고 판정에 기대려는 소극적 경기운영을 했다. 또 2∼3회전만 치르고 나면 체력의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한국 선수들이 몸을 사린 것은 확실한 공격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95kg급의 일본의 「스가이」는 이미 노출될대로 노출된 「왼쪽 허벅다리 걸기」라는 확실한 기술 하나로 3차례의 한판승을 이끌어 내며 우승했다.
따라서 산만하게 새 기술의 개발을 꾀하기 보다 실전에 유용하게 쓸수있는 확실한 기술하나를 집중적으로 다듬는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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