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군, 개통 사흘된 송유관 파괴… '재건 방해' 물귀신 전략 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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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라크 내 저항세력이 미군의 전후 이라크 재건 구상을 조직적으로 흔들고 있다.

저항 움직임은 미군에 대한 단발적인 게릴라전을 넘어 사회 기간시설 파괴로 범위를 넓혔다.

미군 사상자를 늘려 미국 내 철군 여론을 유도하는 한편 송유관 등을 파괴, 미군의 이라크 재건 자금줄을 죄는 등 치밀한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바그다드 북쪽 2백㎞에 위치한 바이지 지역에서 이라크 북부 키르기스 유전과 터키의 지중해 석유기지인 제이한을 연결하는 송유관이 개통 사흘 만에 폭파됐다.

폭파된 송유관은 현재 이라크에서 가동 중인 유일한 송유관으로 미국의 이라크 복구 재원(財源)의 핵심이다.

화재는 하루 만에 진화됐으나 완전 복구까지는 2주~1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돼 석유 수출이 큰 차질을 빚게 됐으며 전후 복구사업이 적잖은 자금 압박을 받게 됐다.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송유관 파괴로 하루 최소 7백만달러(약 84억원)의 재정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바이지는 이라크 원유 생산의 40%를 담당하는 키르쿠크 유전의 핵심 송유시설 매설지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이슬람 수니파 밀집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미군 지휘를 받는 현지 경찰 측은 지역적 특성 등으로 볼 때 이번 공격을 페다인 민병대 또는 후세인 잔존 세력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7일 바그다드 동부(시아파 밀집 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수도관이 로켓포의 공격을 받아 30여만명의 주민에게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수도와 전기 등 사회 기반시설의 회복 지연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민심이 미 군정에 완전히 등을 돌리도록 계획된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수도.전기 등 공공 서비스가 전쟁 전보다 더 열악해져 후세인의 통치가 끝나면 경제제재로 인한 고통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이라크 민심이 급속하게 반미로 기울고 있어 전후 이라크 재건 작업을 하고 있는 미 군정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 종전 선언 이후 지난 13일까지 미군 1백6명(전사 56명 포함)이 숨진 것도 미 군정으로선 압박 요인이다.

BBC방송은 이라크 사회학자 팔레 아 자바르의 분석을 인용, ▶후세인 정권 시절 기득권층▶급진 이슬람 단체▶아랍계 반미 세력▶민간인 희생에 분개한 개별 부족▶사망 이라크군 가족 등이 전후 이라크 저항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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