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FTA 재협상 통보” 강경파 USTR 대표는 업무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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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재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강경파’ 보호무역주의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69·사진)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로서 본격 업무를 개시했다. 반면에 한국은 새정부 출범 이후 통상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외교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등 조직 정비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책임자도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 준비 급한데 책임자 못 정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에도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나쁜 협상이지만 힐러리 클린턴에 의해 만들어진 한·미 FTA는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며 “한국 정부에 재협상(Renegotiation) 방침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이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발동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를 지냈고 20여 개 양자 무역협정 체결에 참여한 통상 전문가다. 미 철강기업 통상전문 변호사로도 활동해 현안을 꿰뚫고 있다. 지난 1월 초 USTR 대표에 지명된 뒤 “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임무에 헌신해 모든 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더 좋은 무역협정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이날 상원에서 찬성 82표, 반대 14표의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인준을 통과했다. 향후 라이트하이저가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우선 라이트하이저는 한·미 FTA에 앞서 NAFTA의 전면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재협상을 동시에 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NAFTA 재협상에서 몸을 풀고 그 여세를 한·미 FTA 재협상에 몰아붙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의 재협상에서 강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본 경기인 대중국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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