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간병 힘들었나...의정부에서 팔순 노모와 아들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팔순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12일 경기 의정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5분쯤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A씨(84·여)와 아들 B씨(55)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의정부시 아파트서 모자 숨진 채 발견 #50대 아들이 홀로 치매 노모 간병해 와 #3일 전 조카와 요양관리사에게 '죽겠다' 예약 문자

A씨의 손자 C씨는 "할머니 휴대전화 번호로 '죽으려고 한다'는 내용과 현관문 비밀번호가 적힌 문자 메시지가 왔다"며 "계속 할머니와 삼촌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데 연락이 닿질 않아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의정부경찰서 [중앙포토]

의정부경찰서 [중앙포토]

숨진 A씨와 B씨의 머리맡에선 불에 탄 흔적이 남아있는 화덕과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엔 "고마웠다. 장례를 잘 치러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6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왔다. 자녀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중증이었다고 한다. B씨는 그동안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병간호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3일 전 '죽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작성한 뒤 오늘 조카와 요양관리사에게 발송되도록 예약을 해놓고 숨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 등이 없는 것으로 미뤄 A씨와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의정부=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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