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모유 좋은줄 알지만 못 먹이는 엄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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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가 아기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모유 수유율은 1985년 59%에서 2000년 10.6%로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10명 중 9명의 아기에게 소의 젖인 우유를 먹인다는 뜻이지요. 이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모유는 단백질과 지방의 흡수율 등 영양학적으로 우유보다 뛰어납니다.

글로불린 등 면역성분이 있어서 잔병치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며 엄마 살갗과의 접촉을 통해 정서 안정에도 도움을 줍니다.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는 자라서 비만이 될 확률이 30% 정도 낮고 지능지수도 평균 6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모유를 먹이는 것은 엄마에게도 좋습니다. 모유를 먹인 산모는 우울증에 잘 걸리지 않고 치명적인 유방암 발생률도 감소합니다.

이처럼 좋은 모유가 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여성들이 모유 수유를 기피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젖을 먹이기가 불편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모유를 먹이겠다고 다짐한 산모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해 3월 대한소아과학회 영양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모유 먹일 것을 계획했던 1백52명 중 4개월 후 이를 실천하는 산모는 37.5%에 불과했습니다. 이유는 '젖이 나오지 않아서'가 66%로 가장 많았고,'직장이나 일 때문'이 14%, '산모의 질환' 7%,' 아기 변이 묽어져서' 5%, 아기의 질병 4%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마 젖은 처음 며칠간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조급해선 안됩니다. 중요한 것은 젖은 아기가 빨면 빨수록 잘 나온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힘들다고 바로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면 젖은 점점 더 나오지 않게 됩니다. 때론 유방이 붓고 아플 수 있지만 며칠만 고비를 넘기면 쉽게 잘 나옵니다.

바쁜 산모라면 유즙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미리 짜둔 모유는 젖병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외출 등 바깥에서 젖을 먹이기 곤란할 때 요긴하게 먹일 수 있습니다. 아기의 대변이 물같이 되는 것은 유당이 풍부하고 물같은 전유(前乳) 단계의 모유만 먹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전유가 나오지만 계속 짜게되면 지방이 많은 후유(後乳)가 나오며 이를 먹이면 대변이 좋아집니다. 출산 3일에서 1주일까지의 이른바 초유(初乳)는 영양적으로 매우 우수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반드시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낳자마자 가능하면 빨리(한두 시간 이내) 엄마의 젖을 물리는 것이 좋습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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