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중앙일보 학생기자 '나의 논술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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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신문 등에서 얻은 배경지식이 탄탄해야 창의적인 논술을 쓸 수 있다. 사진은 서울 경성고 학생들이 NIE 수업 중 신문을 읽는 모습. [중앙포토]

대입에서 논술이 강화되며 기존의 주입식 학교 교육 방식과 차이가 나자 학교와 학생.학부모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에 수년 동안 중앙일보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하며 논리적인 글쓰기 훈련을 쌓았던 학생들이 평소 어떻게 논술 공부를 하는지 들어봤다.

*** 이희용 학생기자 경기 광문초6

초등생 : 과학·역사 기사 오려두면 큰 도움

막상 처음 논술을 공부하려면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학원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논술은 독창적인 생각이 중요한데 학원 공부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논술을 잘하려면 독서를 많이 하고 자신의 생각을 간추릴 줄 아는 것이 먼저다. 나는 전에 책을 많이 읽었지만 신문은 잘 읽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께서 내가 흥미로워 하는 과학.역사 분야의 기사를 스크랩해 주셨다. 그 기사들을 읽으니 나중엔 신문 보는 습관이 저절로 들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일주일 동안 읽었던 기사 내용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끌었던 한 가지를 골라 글로 써봤더니 글솜씨도 부쩍 늘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책에는 감동을 주는 내용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 작품에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나 알아두면 좋은 표현과 정보가 풍부하다. 신문에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고, 특히 글쓴이의 주장이 많이 들어간 사설은 논술 작성의 모델이 된다.

교과목 평균 점수가 90점이 넘는 친구들이 수두룩할 정도로 '입시 기계'가 된 학생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논술제도는 점수가 비슷한 상위권 학생을 가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영어나 수학과목에서 그랬던 것처럼 과외를 통해 논술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책과 신문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원 가랴 과외 하랴 바쁘겠지만 신문과 책을 읽는 데 하루 한 시간만 투자해보자. 그러면 자신이 최고의 논술 선생님들에게 배운다고 느낄 것이다.

*** 주규선 학생기자 서울 선일여중1

중학생 : 가족과 함께 시사 문제 놓고 토론

논술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신문을 많이 읽고 폭넓은 독서를 하다보면 논리력은 저절로 쑥쑥 커진다. 동시에 글쓰기 훈련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집에서 지금 이슈가 되는 주제를 하나 고른 다음 자기만의 글을 써보자. 예를 들어 '스크린 쿼터 축소'에 대한 주제를 골랐다면 관련된 기사를 모아 차근차근 읽는다. 읽다보면 자기 생각이 뚜렷해진다. 읽기 어렵다고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된다. 꾹 참고 신문 읽기를 계속하면 낯선 용어에 익숙해져 이해도 잘 되고 자기의 생각도 분명해진다.

기사를 읽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으면 글을 어떤 식으로 쓸지 궁리한다. 그 뒤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된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수능시험이나 학교 수행평가 때 시간을 많이 주진 않는다. 제한된 시간에 답안을 작성하려면 많이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느 주제를 줘도 글을 술술 쓰려면 다양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문과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토론을 하기도 한다. 서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다보면 미처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비싼 돈 주고 학원에 가는 시간에 집에서 책과 신문을 보며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답안을 채점하는 교수님들도 자기 목소리가 없는 글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니 말이다. 자기만의 공부 방법을 꾸준히 만들어 가는 게 논술 공부의 최선이 아닐까.

*** 정혜연 학생기자 중대사대부고1

고교생 : 신문 사설·칼럼 요약해보기 연습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되자 아버지께서는 일요일 오전만 되면 일주일치 신문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신문을 매일 조금씩 읽고 아버지께 한 주 동안 읽은 신문 내용을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신문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물으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처음 신문을 읽을 때는 글자도 작고 내용도 어려워 요령을 피웠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께서는 신문을 많이 읽고 내용도 잘 파악해 발표한 날에는 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하셨다. 그 뒤 용돈을 받는 기쁨과 함께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알게 되는 즐거움에 빠져 들었다.

예전엔 상대적으로 쉬운 문화.스포츠.연예면 등을 즐겨봤는데, 신문 보는 것이 익숙한 지금은 정치.경제 등 가리는 분야 없이 골고루 읽는다. 기사를 읽고 내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쓸 때도 있다.

스스로 개요를 짜보면서 연습한 것은 이번 겨울방학부터다. 개요 짜기는 한 주 동안 읽은 기사들 가운데 가장 관심이 컸던 주제를 선정해 관련 기사를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읽는 일부터 했다. 그리고 주제와 관련된 사설이나 칼럼을 택해 문단을 나누고 중심문장을 찾아 요약 정리한다. 또 결론 부분에서 주장을 찾고 본론에선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아낸다.

개요를 짠 뒤엔 800자 정도의 논술문을 새롭게 작성했다. 스스로 논거를 대기 어려울 때는 원래 글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버지와 토론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다.

신문 읽기를 통해 제시문의 내용을 파악하고 현재의 상황과 연결 짓는 훈련을 계속하면 실전에서도 당황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 박영일 학생기자 경기 성문고 졸업 한국외대 입학 예정

예비 대학생 : 시간 정해놓고 답안 작성 훈련

올해 대학생이 되지만 돌아보면 논술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수능처럼 출제 과목과 범위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해마다 유형이 비슷한 문제가 나오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지망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맞는 문제를 직접 만들어 풀며 적응력을 기르는 방법밖에 없다.

먼저 출제 경향을 알아야 한다. 논술 문제의 출제 범위가 없다고는 하지만, 지망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교대의 경우 인성을 평가하기 위한 인문 분야의 문제가 주로 등장하고, 상경계열은 경제 문제가 많이 나온다. 진학하기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빨리 정하고, 그에 맞는 기출 문제를 찾아 출제 경향을 분석하면 된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풀어보자. 출제 경향과 비슷한 논제를 잡되 너무 지엽적인 분야에 치우치지 말고, 가능하면 최근 시사와 연계한다. 논제를 정하면 그에 맞는 지문을 서너 개 정도 구성한다. 대입 논술 문제는 대개 지문이 다양한 분야의 학술서적이나 문학작품, 대중매체에서 발췌된다.

신문에서 시사문제와 관련된 지문을 찾자. 통합교과형 논술이 출제되는 경향이므로 지문을 신문 등 대중매체에서 발췌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러므로 문제를 만들 때 논제와 관련된 최근 시사가 무엇인지 살피는 게 좋다. 시사문제는 대개 다양한 분야에서 생각할 여지를 주기 때문에 희망 전공에 관계 없이 지문으로 활용하기 적당하다. 예를 들면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자연계에서는 생명과학(생물 교과)과 연계해 생각할 수 있고, 인문사회계에서는 '확실한 검증 없이 연구 예산을 제공한 정부 행정의 문제점'이나 '연구용 난자 제공의 윤리적 문제' 등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논제를 정했으면 실전과 비슷한 환경에서 연습한다. 제한 시간을 정해 답안 작성 시간을 안배하는 훈련도 한다.

답안 작성을 마쳤으면 다시 읽어보며 사용한 어휘나 맞춤법이 적절한지, 논리에 허점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그런 뒤 답안을 친구들과 돌려보거나 학교 선생님께 보여드려 지도를 받는 센스도 필요하다. 지적된 사항은 꼼꼼히 기록해 문제지와 함께 파일에 보관하면 나만의 논술 문제은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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