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조 브로커 막기 나선 대한변협, 무료 ‘변호사 중개센터’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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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무료로 변호사를 주선해 주는 ‘변호사 중개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3일 “지난 2일 상임이사회에서 논의가 있었다. 세부 운영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e메일·전화로 도움 신청하면 #사건에 맞는 변호사 2~3명 추천

대한변협은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법조인 단체다. 변호사 등록과 개업, 징계 등 전반적인 변호사 관리 업무를 한다. 변호사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이 축적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개센터는 시민들이 e메일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사건 내용을 다루기에 적합한 변호사 두세 명을 소개해 줄 계획이다. 신청인에게는 학력, 경력, 주요 취급 분야, 성공 사례 등 추천한 변호사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다. 변호사 소개 기준 등 실무적인 내용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고 집행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탓에 브로커의 꾐에 빠져 돈과 시간만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전관 변호사’를 선호하는 풍조가 있어 열정적인 젊은 변호사들은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돈을 받는 변호사 중개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이른바 ‘법조 브로커’는 곳곳에 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젊은 변호사들은 중개센터 설립에 긍정적이다. 해마다 1500여 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사건을 맡을 기회를 얻기가 힘들어졌다. 익명을 원한 로스쿨 2기 출신 A변호사(40)는 “영업 창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젊은 변호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판검사 출신이나 대형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들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부장검사를 마친 뒤 대형 로펌으로 갔다가 최근에 개업한 C변호사는 “로펌과 전관 변호사들은 중개센터를 통해 얻을 이익이 없다. 신청인들의 호불호에 따라 센터 내에서도 변호사들의 서열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변호사협회(ABA)의 감독을 받는 비영리단체에서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소정의 수수료나 변호사 연회비 등도 받는다. 캐나다·영국도 비영리를 전제로 한 중개 수수료를 일부 허용하고 있고, 호주는 유료 중개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법체계를 가진 일본이나 독일은 유료 중개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1년 변호사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중개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했지만 중개 주체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법조계 내 이견이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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