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뭉뚱거려(?) 이야기하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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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급작스럽게 치러지는 선거여서인지 각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들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선후보들은 사교육 해소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채 공교육 정상화로 공약을 뭉뚱거리고 있다” “복지 공약 실천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들을 뭉뚱거려 제시해 비판받았다”와 같은 보도가 자주 나온다.

여러 사실을 하나로 포괄해 이야기할 때 이처럼 ‘뭉뚱거리다’는 표현을 쓰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뭉뚱그리다’고 해야 한다.

‘까불거리다’ ‘출렁거리다’ 등과 같이 그런 상태가 잇따라 계속된다는 뜻을 더할 때는 접미사 ‘-거리다’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뭉뚱’ 뒤에도 ‘-거리다’를 붙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뭉뚱그리다’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잇따라 계속하는 동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거리다’와 비슷한 의미를 더해 주는 접사 ‘-대다’를 붙여 보면 ‘뭉뚱거리다’가 잘못된 표현이란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까불거리다’ ‘출렁거리다’는 ‘-거리다’를 ‘-대다’로 바꿔도 자연스럽지만, ‘뭉뚱거리다’를 ‘뭉뚱대다’로 바꾸면 영 어색하다. 따라서 ‘뭉뚱거리다’가 아니라 ‘뭉뚱그리다’가 바른말이다.

‘뭉뚱그리다’는 “짐을 뭉뚱그렸다”와 같이 ‘되는대로 대강 뭉쳐 싸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몽똥그리다’도 있으나 ‘몽똥그리다’는 포괄한다는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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