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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산불·홍수 … 세계 과일값 폭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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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후변화 때문에 생산량이 감소해 아보카도 가격이 기록적으로 치솟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아보카도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지만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보도했다.

아보카도 지난해보다 2배 올라 #한국도 오렌지 등 수입품값 급등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보카도의 주산지는 멕시코와 페루와 미국 캘리포니아다. 미국은 아보카도 수요의 82%를 멕시코로부터 수입하는데, 1인당 소비량이 2006년 3.5파운드(약 1.6㎏)에서 2015년 6.9파운드로 늘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아보카도 평균 가격도 지난해 4월 개당 0.98달러였던 것이 이번 달에는 1.26달러로 올랐다.

BBC는 “올해 들어 캘리포니아 아보카도 생산이 44%가량 줄었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고온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5년째 가뭄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고온 열풍으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는 원래 우기인데도 라니냐 현상으로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 가뭄에 시달리기도 했다. 페루 남부도 심각한 홍수로 인해 올 아보카도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의 로널드 푸마시 애널리스트는 “아보카도 소비가 증가한 중국과 유럽 쪽에서 멕시코로부터의 수입량을 늘렸다”며 “그 여파로 미국으로 들여오는 양이 줄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에 따라 샌드위치 체인점인 미국 서브웨이는 더는 신선한 아보카도를 샌드위치에 넣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과일과 채소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그로 인한 사망자가 나올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르코 스프링만 박사팀은 “저소득층이 과일과 채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2050년에 53만4000명가량이 숨질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 건강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수입산 과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산이 대부분이었던 오렌지는 이상 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뛰어 유통업체들은 스페인산 오렌지를 들여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격 오름세인 미국산 체리도 우즈베키스탄과 칠레산 체리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 온난화로 한국에서 생산이 가능해진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의 경우 공급 과잉으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 1~2월에만 도내 블루베리 농가 555곳 중 98곳이 문을 닫았다. 2013년 315곳이었던 블루베리 농가가 지난해 555곳으로 급증하면서 공급이 늘어 2000년대 중반 1㎏당 4만~5만원 하던 가격이 2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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